이태윤 ‘때지물코기 그릇(器)…’展
이태윤 ‘때지물코기 그릇(器)…’展
  • 황인옥
  • 승인 2018.05.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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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장식한 돼지물고기의 뜻은?
부·명예 뜻하는 ‘때지물코기’ 캐릭터
손잡이나 뚜껑으로 만들어 희망 전달
회화성 돋보이는 조화상감기법 활용
“콜라보 상품으로 브랜드 키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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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태윤 전시가 이영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고대 신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았다. 물고기 몸통에 돼지코의 형상을 했다. 분청사기로 만든 도예가 이태윤의 대표 캐릭터 ‘때지물코기’다. 초등학생 아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터라 순수성을 가미해 때지물코기로 브랜드명을 지었다. 작품 속에서 때지물코기는 단독으로 존재감을 높이거나, 다양한 도자기에 오브제로 활용된다.

그가 “돼지와 물고기 혼용을 통해 전하고 싶은 상징성은 부와 명예”라고 했다. “인간이면 누구나 부와 명예에 대한 희망을 가진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그릇에 부와 명예를 표현하면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기운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도예가 이태윤의 신작전 ‘때지물코기 그릇(器)에 앉다’전이 이영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건강과 부의 상징인 돼지와 출세와 해탈의 상징인 물고기를 결합해 만든 때지물코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전시에는 작품성이 돋보이는 달항아리와 장식성 접시 등과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성용성 높은 그릇들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다.

이태윤
도예가 이태윤 작품.

이태윤의 키워드는 2가지. 첫 번째가 때지물코기고, 두 번째가 ‘조화상감분청장식’ 기법이다. ‘조화상감분청장식’은 도예의 표면장식 기법이다. 대개 조화기법과 상감기법 중 하나를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작가는 이 둘을 접목한다. 바탕에 정상감을 하고, 그 위에 다시 분을 발라 선을 그어 전통에 새로움을 가미한다. 그의 창작욕과 도전정신이 인정을 받아 2016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화상감분청장식’으로 탄생한 선의 느낌은 흡사 창가에 내리는 비와 같다. 도자기의 표면이 캔버스의 그것처럼 회화 느낌으로 충만했다. “분청 중에서도 내 분청은 정교한 편이다. 보다 자유롭고 추상적이며, 해학과 담대함도 넘친다. 자유롭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내 성향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대중과의 소통. 작품가격이 높다면 작가로서는 더할나위 없지만 그보다 우선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이번 전시에 찻잔이나 그릇 등의 실용적인 작품들을 누구나 지갑을 열 수 있는 소박한 가격으로 정한 것도 그의 철학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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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태윤 작품.

대중과의 호흡. 그 기원을 찾아가면 ‘음악’이 있다. 그의 예술인생은 음악이 포문을 열었다. 학창시절 그룹사운드 활동을 하며 창작열을 불태웠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로 음악을 접어야 했고. 방황끝에 도자기를 만났다. 그는 경일대 산업공예학과와 동대학원, 대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작가가 ‘도자기와 음악’은 하나라고 언급했다. “도자기 작업을 해보니 음악할 때와 다르지 않았다. 내 의지대로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과 공예가가 내게 맞는 재료와 기법을 찾아 도자기를 빚는 상황이 일맥상통했다.”

대학 재학 시기 전국 대상 공모전에 출품해 대상을 3번이나 수상했다. 지금까지 16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20주년 기념전을 겸한다. 그는 작가로 살고 싶다고 했다. 말 속에는 도예가 한정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담겨있다. 도자기의 한계에 갇히기보다 자유의 대상으로 도자기를 바라보겠다는 것. 도자기에 회화성과 추상성을 강화하고, 설치와 조형물 등 다양한 형태도 염두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독 브랜드로 밀고있는 ‘때지물코기’도 옷이나 모자 옷, 지갑 등에 콜라보해 토탈디자인으로 키워보고 싶어했다.

“100만명, 200만명이 특정 가수의 특정 곡을 소유하듯이, 내 작품도 그렇게 대중과 호흡하고 싶다. 음악이나 도자기나 중요한 것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도자기의 본분인 그릇으로의 회귀다. 그릇이야말로 대중과 호흡하기에 가장 좋은 잇템(it+item합성어)이다. 그릇에 부와 명예의 상징인 때지물코기를 오브제로 적극 활용해 품격을 높였다. “작가로 자족하는 것보다 대중과 호흡하며 나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싶다. 때지물코기는 그 메신저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전시는 27일까지. 010-2656-641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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