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함 담은 ‘미인도’…그림 향연 기대하세요
단아함 담은 ‘미인도’…그림 향연 기대하세요
  • 승인 2017.02.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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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오순경 작가
비단에 아교포수 100여번
은은한 색감 ‘배채법’ 활용
한 달 반 걸쳐 6점 제작
사임당-전통화디렉터오순경씨
드라마 ‘사임당’ 전통화 디렉터 오순경씨 지난달 26일 방송을 시작한 SBS 드라마 ‘사임당-빛의 일기’의 전통화 부문 디렉터인 오순경 작가.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방송을 시작한 SBS TV ‘사임당-빛의 일기’는 안방극장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그림 드라마다. 사임당(1504~1551)의 예술과 사랑을 다루다 보니 주인공들 못지않게 온갖 다채로운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들은 누구의 손끝에서 탄생했을까. 드라마의 전통화 부문 디렉터인 오순경(49) 작가를 비롯한 10명의 ‘화원’이 공들여 제작했다.

오 작가가 사전제작 드라마인 ‘사임당’의 제작사 그룹에이트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은 건 2015년초였다. 그는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무대미술을 전공했고 영화 프로듀서로 일하다 민화 작가로도 발을 넓힌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미술 디렉터를 맡았던 MBC TV 드라마 ‘마마’(2014)의 아름다운 민화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사임당’과도 인연이 닿았다.

오 작가는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임당’이 끝나면 시청자들이 전통화 전시 하나를 감상한 느낌이 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람들이 영화관이나 공연장은 가면서 미술관은 안 가잖아요. 특히 전통화라고 하면 일단 ‘셔터’부터 내려요. 그래서 전통화를 조금이라도 흥미롭게 느끼는 계기가 있었으면 했어요. 산수화부터 어진, 불화까지 등 단청 빼고는 모든 전통화를 망라한 드라마이기에 전통화 미술관 한 곳을 둘러본 느낌이 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오 작가가 꾸린 전통화팀은 분야를 나눠 제작을 분담했다.

사극을 볼 때마다 맥락에 맞지 않는 전통화가 등장하는 것에 안타까웠다는 오 작가는 당대 화풍뿐 아니라 연령대와 직업, 성별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1~30회 전체 이야기를 연결하는 미인도는 오 작가가 한 달 반에 걸쳐 그렸다.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흘러들어와 고성에 은거했던 화가 이겸(송승헌 분)이 사임당(이영애)을 그리워하며 그린 초상화인 미인도는 500년 뒤 우연히 고성을 찾은 미술강사 서지윤(이영애)의 눈에 띈다.

“이겸이 이탈리아에서 작업했으니 현지 안료로 그려야 하는지 고민도 많았죠. 이영애 씨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옛 기법이 낫겠더라고요. 그러나 사임당의 고개를 살짝 비틀거나 눈동자에 빛을 넣고, 머리를 살짝 풀어헤치는 식으로 기존의 초상 형식에서 변화를 꾀했죠. ”

미인도는 배채법(背彩法)으로 제작했다. 손금도 보일 정도로 비치는 얇은 비단인 화견에 아교포수를 100여 차례 했다. 아교를 끓인 물을 앞뒤로 바름으로써 성근 비단을 치밀하고 투명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다음 뒷면에 색을 칠함으로써 비단을 통해 색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게 한다.

모델의 흠잡을 데 없는 외모는 작업을 어렵게 했다. 오 작가는 “주름 많은 할아버지 등 얼굴에 선이 많은 대상이 표현하기 쉽다”면서 “이영애 씨는 주름도 없고 매끈한 얼굴이라 그리는 입장에서는 좀 난감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완성작을 본 이영애는 “예쁘다”고 감탄하면서 자신과 닮았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림 드라마를 위한 작업은 여러모로 신경 쓸 일이 많다. ‘미인도’도 같은 그림을 6점이나 완성했다. 이겸이 작업 중인 상태, 완성된 상태, 수백 년의 세월이 묻어나도록 고화 처리한 상태에게 각각 맞는 그림을 준비해야 하는 데다, 훼손과 도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사임당이 천재 예술가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집 안에 들이기도 꺼리는 미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존재를 주인공으로 삼았던 자애로운 마음에도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 작가는 15회부터 그림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임당과 휘음당 최씨(오윤아)의 그림 대결도 펼쳐질 뿐 아니라 한지나 안료 제작 과정 등도 등장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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