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시작한 게 인생의 큰 밑거름될 듯”
“장사를 시작한 게 인생의 큰 밑거름될 듯”
  • 대구신문
  • 승인 2017.01.0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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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청년상인<17> 칠성종합시장 생선가게 유윤종 사장

아버지 병환으로 가게 일 배워

손님들과 흥정 재미에 빠져

“시장서 생선가게 차리는게 꿈”
청년상인-유윤종사장-1
유윤종 사장은 “시장에서 오가는 정이 너무 좋다. 이 경험을 쌓아 나중에는 시장에서 반듯한 시설을 갖춘 생선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지홍 기자


“젊은 층에선 선발 주자니까 경쟁력 있어요.”

지난달 28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만난 유윤종(28)사장은 두꺼운 외투에 허리엔 비닐 앞치마를 하고 좌판에 생선을 진열하고 있었다. 생선 파는 골목에서 가장 앳되지만, 생선을 골라 담는 솜씨가 꽤 능숙해 보였다. 그는 중년 손님이 다가오자 “뭐 드릴까예”라며 정겹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유 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25살 때부터 곧장 생선 장사를 하고 있다. 장사를 해오던 아버지가 간경화로 쓰러지면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되자 어머니를 도와 당장 가장 역할 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백화점 등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일했었는데 깔끔한 일을 하다가 생선 장사를 하려니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어릴 때부터 명절이나 김장철 등 대목일 때는 부모님을 도와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일에 대한 큰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장사를 배우면서 수산물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오는 과정부터 생선을 손질하기까지 쉬운 일은 없었다. 만 원짜리 생선값을 천 원만 주고 거의 훔쳐가다시피 한 무례한 손님 등을 대처하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그는 “사업은 여간 꼼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많았다. 어머니께도 많이 혼났다”며 웃었다.

유 사장은 장사를 시작한 게 인생의 큰 밑거름이 될거라 자신했다. 그는 “보통 새벽 6시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일을 하는 데 처음엔 친구들처럼 놀고 싶고 연애도 제대로 못해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오가는 사람들과 정을 나눌 수 있고 가계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행복하다”며 “이 모든 경험이 돈 주고 살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어머니를 도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만한 시간이 많이 없는데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머니의 연륜과 인생을 다시 한번 배우는 것 같아 감사하다.” 어머니 정정숙씨는 “아들이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배운 물건 진열 방법 등으로 손님들에게 더 깔끔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부분들이 손님들도 좋아해 오히려 아들에게 장사를 더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의 서글서글한 성격은 시장 상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요즘은 시장에서만 가능한 ‘흥정’의 재미에 빠졌다. 그는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 친구들이 전통시장의 수명은 길어봤자 20년이라고 많이 말했었다. 막상 장사에 뛰어들고 보니 자신이 어떻게 장사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특히 생선류는 대부분 어르신이 장사하고 있어서 젊은 상인의 매리트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의 마지막 꿈은 칠성시장에서 생선 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그는 “시장이 너무 좋다. 시장이 불편하다는 편견 없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며 “서문시장에 야시장이 개장되면서 명소가 됐듯 칠성시장도 멋진 시장이 되도록 나부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칠성종합시장은?

칠성종합시장은 서문시장과 함께 대구의 양대 시장으로 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옛 북문시장인 칠성원시장과 능금시장, 삼성시장 등 독자성과 전문성을 가진 7개의 시장이 모여 거대 상권을 이룬다. 도·소매 역할을 하는 880여개의 점포와 300여개의 노점상으로 이뤄져 있다. 족발 골목과 견과류 골목, 문구, 김밥, 꽃시장 등 다양한 특색을 가진 골목과 시장이 많아 늘 손님이 끊이질 않고 상인회의 활동도 다양하게 이뤄져 늘 변화하는 데 앞장서오고 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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