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녀에 ‘8명 지갑’ 열려…아동용품 시장 ‘쑥쑥’
한 자녀에 ‘8명 지갑’ 열려…아동용품 시장 ‘쑥쑥’
  • 김지홍
  • 승인 2017.02.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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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제품, 없어서 못 팔아
관련 매출 매년 두자릿 수 성장
일부 계층 과시욕 논란도 커져
새가방과함께즐거운학교생활
지난 1일 오전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홍보도우미들이 신학기 가방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일부터 15일까지 전국 97개 점포에서 ‘신학기 대전’을 진행한다. 연합뉴스

최근 아동용품 시장은 해마다 10~2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저출산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특이한 시장으로 1가구 1자녀로 아이가 귀해지면서 ‘에잇 포켓’(eight pocket·아이를 위해 조부모·삼촌·이모 등 8명의 지갑이 열린다는 신조어)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와 스포츠·키즈 브랜드에 이어 최근에는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아동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 사이에서 사회적 위화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황에도 아동 상품 승승장구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아동 상품군 매출이 전년보다 17% 늘었다. 전체 롯데백화점 매출 증가율(2%)보다 15%p나 높다. 신세계백화점도 입학을 앞둔 이달(1~9일) 아동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늘었다. 특히 완구 매출은 48.4%로 훌쩍 뛰었다. 현대백화점의 아동 상품 매출도 2015년 17.4%, 2016년 13.3%로 꾸준히 두자릿 수 성장률을 보인다.

‘프리미엄’급 고가 아동용품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아동용 브랜드 ‘구찌 키즈’의 프리미엄 책가방(112만원), 런치백(도시락 가방 97만5천원) 등은 해마다 조기 매진되고 있다. ‘버버리 칠드런’의 더플코트(72만원)도 새 학기 시즌 베스트 셀러로 꼽히고, 지난해 11~12월에는 200여만원의 고가인 이탈리아 ‘몽클레어 앙팡’의 아동용 겨울 외투는 전년보다 매출이 22% 증가했다.

김혜림 롯데백화점 아동 상품군 수석바이어(Chief Buyer)는 “경기 불황임에도 부모가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키우는 ‘골드 키즈’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의 매출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며 “지인까지 포함해 ‘텐(10) 포켓’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한 자녀에 대한 소비가 집중돼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시장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학·졸업·새 학기 선물 ‘대목’은 온라인 쇼핑 시장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아동 가방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8만원 이상 ‘고가’ 가방의 매출 증가율은 70%에 이를 정도다. G마켓도 같은 기간 고급 브랜드 아동 잡화·의류 상품군의 매출은 1년 전보다 무려 80%, 110% 뛰었다.

◇新등골브레이커 ‘큰 부담’

이같은 사회적 추세가 자녀 사랑인지, 일부 계층의 ‘과시욕’인지 논란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과하다는 반응이지만 경제적 여력만 되면 사주고 싶다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반 부모 가정에겐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딸 하나를 둔 워킹맘 김진영(39·대구 수성구)씨는 “아이들끼리 책가방 브랜드도 이야기하면서 자랑하고, 결국엔 딸이 어느 명품 브랜드를 고집하면서 사달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굉장히 난감했다”며 “조금 저렴한 브랜드로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온라인 직구로 해외 브랜드에 가격대가 저렴한 수입 제품을 사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 가격 부담이 3분의 1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절제된 자식 사랑으로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아이에게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공감가지만 과도한 소비 심리는 애정의 왜곡된 현상으로 보여진다”며 “어린 자녀에게 최고 좋은 것만 해주다보면 성장하는 아이에게 교육 효과는 물질적인 것만으로 가득차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도록 헤아리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며 “사랑의 지속성을 위해 물질적인 사랑의 표현은 절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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