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출금리 상승세
취약계층·한계기업
부실화 위험 높아져
소비절벽 더욱 심화
수출기업도 타격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내시장 금리상승을 불러오는 만큼 1천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및 한계가구의 원리금 상환부담 가중, 이에 따른 은행 리스크(위험) 상승, 한·미간 금리역전과 자본유출 등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물론 소비부진과 부동산시장 및 수출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해 실물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대출금리 ‘들썩’…가계부채 리스크 ‘비상’= 미국 연준이 이날 0.25%포인트에 이어 올해 중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상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1.25∼1.50%까지 상승한다. 내년에도 세차례 인상하면 2.00∼2.25%, 2019년 역시 세차례 인상하면 3.00%에 달하게 된다. 속도를 내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당장 연내에 한국은행의 현재 기준금리 1.25%를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들어 들썩이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는 중·장기적으로도 조달비용 증가를 불러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연3.51%로, 2015년 2월 3.48% 이후 1년11개월만에 가장 높다. 비은행기관인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는 한달새 1.09%포인트나 상승하며 무려 11.75%에 달했다. 지역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역시 개인신용대출(마이너스대출) 금리가 5%대를 넘어서는 등 작년 9월부터 이달까지 지속적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말 1천344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리스크는 비상이 걸렸다. 이 중에서도 저신용자·다중채무자·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함께 한계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대구·경북지역 역시 작년말 현재 가계빚이 예금은행 74조8천912억원, 자동차할부 등 판매신용을 제외한 비은행기관 36조2천710억원 등 총 111조1천62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부담이 9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면 대구·경북지역은 7∼8천억원 정도의 이자부담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지역의 한 경제전문가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 국내 시장금리도 높아지면 금융권의 대출 부실률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가계부채 악화로 소비부진이 심화되면서 자영업 위축 등으로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부동산·수출 등 실물경제에도 ‘악영향’= 대출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들의 소득은 제자리지만, 갚을 이자는 더 늘어난다. 이에 금융권은 연체를 막기 위해 돈줄을 더 옥죄고, 대출자들은 소비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어 ‘소비절벽’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미국 기준금리의 지속적 상승은 달러강세로 원·달러 환율상승을 부추기는 등 환율변동성을 키우고, 국제수지가 불안한 신흥국들의 자본유출 확대와 통화가치 약세를 가져와 수출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물론 국내경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들어 침체국면이 가속화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로 모든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소득여건에 맞춘 원리금상환대출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다 기존 계약자들은 물론 신규 수요자들조차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인해 주택 구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기존 대출자들의 ‘깡통주택’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당장 지역 주택시장은 물론 오피스텔 등의 부동산 투자상품도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금융당국도 최근 수 년간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및 금리정책 등을 소진한 상태고,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마땅한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강선일기자 ksi@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