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힘’ 착안…고민 나누고 위로 받는 앱 인기몰이
‘익명의 힘’ 착안…고민 나누고 위로 받는 앱 인기몰이
  • 대구신문
  • 승인 2017.03.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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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툰 이준호 대표

중기청 지원받아 앱 공동 개발

일년 만에 앱 내려받기 13만건

월 실사용자 수 3만명 넘어서

위안 얻은 사람들 ‘칭찬 일색’

최근 간단한 가입 절차 마련

익명성 악용 사용자 제재 조치

누적된 고민 데이터 분석 통해

인공지능 상담봇 서비스 예정
이준호코툰대표
이준호 대표는 “사람들이 본인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마음의 병을 나누는 방식에 메리트를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내 손에 있는 칼이 내 손목에 닿지 않기를’ ‘아직 더 버틸 수 있겠죠? 나 더 살아갈 수 있겠죠? 행복...해 질 수 있겠죠?’ ‘너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쭉 좋아할거야 그러니까 인사라도 해주면 안되니’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나쁜기억 지우개’에 올라온 글이다. 익명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쓰면, 지정해둔 시간 뒤에 글이 자동으로 지워진다. 글이 올라가져 있는 시간 동안에는 다른 사용자의 공감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댓글을 주고 받으면서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사용자들 간에 쪽지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익명고민상담앱 ‘나쁜기억 지우개’는 이준호(32) 코툰(COTOONE) 대표가 앱 개발 전문 공동 창업자들과 만들어 2016년 3월 선보인 모바일 무료 앱이다. 나쁜기억 지우개는 국내 사용자들에게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일년 만에 누적 13만건의 내려받기 건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구글로부터 ‘2017년 신년계획에 도움되는 앱’에 추천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대구 동구 스마트벤처창업학교 회의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전제로 한 다양한 앱이 있지만, 고민 상담에 특화된 앱을 ‘나쁜 기억 지우개’가 처음”이라며 “본인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의 병을 나누면서 서로 다독여준다. 이같은 분위기가 원할한 소통에 메리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호코툰대표
코툰을 함께 창업한 이준호 대표(왼쪽)와 이상경(가운데)·오용원씨.


나쁜기억 지우개는 하루에 평균 1천500건, 월 실사용자수(MAU) 3만명이 넘는다. 사용자층은 남녀노소 다양하지만, 젊은 여성층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앱 사용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구글스토어의 앱 평가에는 ‘정서적으로 좋은 것 같아요. 어디서도 이야기하질 못할 고민이나 걱정을 털어놓을 곳이 생겨서 좋아요.’ ‘정말 신기한 앱이네요. 이 앱을 깔기 전엔 고민을 글로 쓴다해서 마음이 나아지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니까 마음의 위안을 놓네요 정말 좋은 앱입니다.’ ‘제작자님께 꼭 감사하는 말 드리고 싶었어요. 제작자님께서 이 리뷰를 보실진 모르겠지만 이 앱 덕분에 정말 많은 위로 받았어요. 다른 분들의 위로에 눈물이 나기도 했고 제가 다른 분을 고민을 들어주면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이런 좋은 앱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등이 많다.

최근 업데이트된 이 앱은 고민을 상담해준 사용자에게 ‘하트지우개’로 보답할 수 있는데, 하트지우개는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사적인 콘텐츠를 나누는 곳인 만큼 보안 유지에도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에 앱을 깔기만 하면 아무런 개인 정보 입력 없이 글을 올릴 수 있었지만, 간단한 이메일과 비밀번호·성별·나이를 쓰도록 앱 기능을 개선했다.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익명성을 이용해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욕을 하거나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회원 가입 없이 이뤄지다보니 동전의 양면처럼 악영향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원가입을 한다해서 제작자 입장에서 어떠한 개인 정보를 수집해놓거나 자료를 남기진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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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 지우개’ 상담 이미지.


이 대표는 28살 때 대학교 졸업을 하고 개인 카페를 창업했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느 날 ‘이 시대에서 가장 위대한 사물은 컴퓨터인데, 이 컴퓨터를 배워보지 않는 건 인생을 헛 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티브잡스 등의 유명 인사들의 동영상을 찾아보며 IT산업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카페의 임대 기간이 끝나, 한국IT교육원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등록해 국비 지원으로 6개월 동안 수강했다. 이 대표는 “한국어와 일어 등 외국어를 공부하듯 컴퓨터의 언어, 코딩을 배웠다. 너무 신기했다”며 “이 수업 과정에서 만난 친구들과 또다시 창업을 꿈꾸게 됐다. IT를 활용해 이로운 서비스를 해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뜻을 함께 하기로 한 이상경(33) 공동 창업자와 오용원(28) 팀원과 함께 도전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1인창조기업 스마트앱 개발 전문교육 및 창업 분야에 지원받으면서 사무실을 구하고 ‘열정’ 하나로 준비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중소기업청 등에서 추진하는 대구 스마트벤처창업학교에 선정돼, 입주했다.

‘나쁜 기억 지우개’의 탄생은 인기 주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덕분이었다. 무한도전의 ‘나쁜기억지우개 편’이 방영되면서 ‘익명’과 ‘고민’을 주요 앱 개발의 목적으로 삼았다. 이 대표는 “SNS의 홍수 속에서 모든 것은 실명제로 사용돼야 하는데, 이 시대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을 익명으로 말하는 앱을 개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현대인들은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 일명 자살대교로 불렸던 마포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바뀔 수 있었던 것도 ‘무슨 고민 있어?’라는 글을 난간에 붙이면서다. 고민있는 사람에게 누군가 이 한마디만 해주면 또다른 누군가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모바일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고민을 나누자는 게 취지였다”고 말했다. 또 “엄청난 사명감보단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최종 목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대표적인 음성인식 상담 서비스 시리(siri)처럼 나쁜기억 지우개 앱에도 인공지능 상담봇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사용자들이 삭제하지 않고 남겨둔 고민 데이터를 토대로 사랑·이별·공부 등의 다양한 고민거리를 분류해서 노출시켜볼 계획”이라며 “앞으로 이같은 노출 데이터를 분석해 인공지능 상담봇 서비스도 구축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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