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 후 식품 창업에 눈 떠
유통 배우다 직접 브랜딩 도전
업체 직접 다니며 홍보 매진
다수 온라인 상품 성공 이끌어
경험 부족한 창업자에 큰 힘
3년 안에 연매출 100억 목표
내일은 뭘 먹을까. 휴대전화를 집어들고 ‘장보기’를 한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마트로 향하는 ‘장보기’가 아니다. 당장 내일 먹을거리를 사는 ‘내 손 안에 홈쇼핑’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신선식품 배달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채소·과일부터 즉석 조리 제품까지 다양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포장 서비스도 늘고 있다.
대구의 식품 제조 6차 산업 스타트업인 씨지에프㈜ 조재창(27) 대표는 지난 2012년 도전장을 낸 뒤 5년 만에 국내 간편식 소포장 돼지·소고기 배달시장에서 매년 4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 진입이 어려운 식품 제조업을 대상으로 식품 생산·유통·서비스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진행,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조 대표는 “초기 주자여서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지만, 앞으로 농수산물까지 영역을 다양하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 제조 6차 산업 ‘선발 주자’
6차 산업이란 농촌에 있는 모든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가공 및 유통 판매·문화·체험·관광·서비스 등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말한다. 정부에는 기존의 단순 식품 제조업과는 차별화를 두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농업농촌 창조경제’를 선도하고자 추진 중이다.
조 대표는 2012년 군 제대를 앞두고 대학 복학을 해야할지 고민했다.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창업 붐이 일기도 했다. 조 대표는 “할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청년 창업으로 보통 옷 장사를 많이 시도했기 때문에 그 분야는 레드오션 같았다”며 “당시 눈에 띈 것은 식품 카테고리였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온라인 식품 시장에 관심이 많았다. ‘신선식품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주문에 받아 먹을 수 있냐’는 편견 아닌 편견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물을 어떻게 사먹냐’와 같은 상황이었다.
조 대표는 대구에서 대표 먹거리인 막창을 팔아보기로 했다. 막창 가게를 하던 지인을 통해 생막창을 구입해 오픈마켓에 올려 팔기 시작했다. 큰 밑천도 들지 않고 하루에 1만원 정도씩 벌었다. 온라인 시장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층이 주로 사먹는다는 걸 알고, 1㎏씩 소포장도 시작했다. 조 대표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는 것에 소비자 불신이 많았다. 대기업 등에서 과감하게 온라인 시장에 투자하면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커지고 불신도 사그라들었다”며 “운이 좋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인큐베이팅’으로 윈윈 전략
조 대표는 제품 브랜딩에 주목했다. 도매로 하지만 중간업체가 줄어들면서 소비자 가격 경쟁에서 우위일 수 밖에 없는 강점을 내세웠다. 그는 대구 막창 브랜드 ‘시골생막창’의 온라인 유통과 영업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상품성을 꾸준히 강화하고 브랜딩하면서 5년 동안 300만개(500g/1개) 이상 팔렸다. 인분으로 치면 1천200만명이 시골생막창을 먹었다. 이는 대구에 사는 사람이 6인분씩 먹은 양이다. 그는 “소비자 눈에 잘 띄는 상품이 판매도 더 잘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되면서 직접 브랜딩을 시도하게 됐다”며 “단순한 브랜딩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품 원가관리를 통한 제조업체의 이익과 오래가는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막창 등 육(肉)가공 시장 구조를 파악하면서 지난해부터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체를 직접 찾아다녔다. 그 결과 기존의 매장에만 한정적이던 프랜차이즈 ‘갈매기 학교’의 대패새우말이나 ‘단지막창’, ‘봉봉막창’ 등 다수 프렌차이즈 업체의 온라인 상품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작업했다. 평균 200만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씨지에프의 인큐베이팅 작업은 초기 상품 개발 및 브랜딩에 대한 비용은 받지 않는 게 원칙이다. 제품 맞춤형으로 기획·제작된다. 조 대표는 “기존 식품제조업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고 온라인 1인 HMR(간편식) 시장 및 대형 마트의 컨셉에 맞는 브랜딩을 무상으로 지원한다”며 “이후 제조업체가 상품화 및 브랜딩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판매수익 및 해당 물류 공급 비용 등을 받으며 수익을 배분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체 누구나 자신의 제품이 전국적으로 판매되고 알려지는 목표가 있다”며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들을 위해 전문적인 브랜딩과 원가 관리 서비스를 지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상품에 맞는 소스와 원재료를 직접 연구하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3년 안에 연매출 100억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 농축수산식품으로도 영역을 넓혀 나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구조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1644-2236.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