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업종 찾거나 직원 줄일 것”…속타는 중소기업
“다른 업종 찾거나 직원 줄일 것”…속타는 중소기업
  • 김지홍
  • 승인 2017.06.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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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지역 반응
“동남아 이전 공장 많아질 듯”
“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줄면
경제 활성화 ‘딜레마’ 빠져”
“현실성 있는 지원 대책 필요”
#1. 대구 지역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대표는 최근 전국 산업전시회 등을 다니며 업종 전환을 계획 중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논의가 시작되면서다. 이 업체는 대구 지역에서 70여명의 직원을 둔 중소기업이다. A대표는 현재 인건비만 연 2억원으로 책정되는데, 시급 1만원이 되면 인건비만 총 3억원, 적어도 순수익 1억원을 더 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정해진 매출 규모에서 3년 내 1억원 이상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루 빨리 업종 변경으로 눈을 돌렸다. A대표는 “임금 인상 대책으로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지원을 해준다 하더라도 1억원까지 지원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업계에선 손해를 덜 보고 망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차선책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 대구에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인 B사장은 연말까지 종업원 수를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3년 전 문을 열면서 아르바이트 6명(배달원 포함)을 고용했으나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한 명씩 줄여나갔다. B사장은 “아르바이트생 월급이 점주보다 많을 때가 있을 정도”라며 “외식업 시장도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데 15% 이상의 폭발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은 근무 인력을 해고시키거나 망하는 길 뿐. 이같은 정책은 일자리를 더 줄이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방안에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주요 산업인 자동차부품 등 제조업계에선 인건비 비중이 높은 분야여서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정부의 세제 혜택 등에 대한 추가 지원에 대해서도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A대표는 “임금이 인상될 시 업체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등 동남아로 공장을 아예 이전하거나 사람을 적게 쓰는 업종으로 전환 또는 자연 도산이 될 것”이라며 “제조업 성장률도 거의 정지된 상태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가진 일부 업체 외에는 전체적인 산업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북 지역의 C 제조업체 대표이사는 “경제적으로 부실한 업체를 위해 정부는 은행권 자금을 풀겠지만 이후 대출 적자를 메우기 힘든 상황이 오면서 연쇄 부도로 터지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며 “임시 땜방은 오히려 산업 전반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준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회장은 “임금 인상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갑작스러운 임금 인상 폭은 경제계에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임금 인상으로 근로자를 최소 반 이상 줄이면 고용 증대는 물론 기업 경쟁력도 떨어지면서 경제 활성화 정책이 오히려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감당할 만큼의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지원 대책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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