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식탁 물가에 서민들 한숨만…
치솟는 식탁 물가에 서민들 한숨만…
  • 남승렬
  • 승인 2017.08.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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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야채·과일값 고공행진
청상추, 전년동월比 70%↑
가뭄·폭염·장마 ‘3중고’ 탓
aT “내달 중순쯤 돼야 안정”
국제 식량가격도 3달째 상승
폭등하는 채솟값1
“가격표 보기 겁나네” 전국의 폭염과 폭우 피해로 채소, 과일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밥상 물가가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사진은 7일 오후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상추를 고르고 있는 모습. 전영호기자

직장인 박모(48·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회사 인근인 대구 동구 신천동의 A한정식집을 자주 찾는다.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채소류로 만든 반찬이 정갈하고 맛깔 나 이 인근 직장인들에겐 ‘맛집’으로 통하는 식당이다.

주인의 인심도 좋아 반찬의 ‘무한리필’이 가능했지만 최근의 상황은 다소 달랐다. 7일 점심 때 동료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박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배추 겉절이를 조금 더 달라”고 주인에게 부탁했지만 막상 돌아온 건 주인의 난처한 표정과 대답이었다.

“손님, 요즘 채소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예전처럼 많이는 주지 못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주인의 난감한 표정과 대답에서, 박씨는 가뭄과 폭우 등으로 채소 가격이 치솟아 예전처럼 후한 인심을 쓰지 못한다는 주인의 사정을 이내 알아차렸다.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을 대량 취급하는 반찬가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대구 동구의 재래시장인 송라시장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나모(39·대구 중구 동인동)씨는 지난 5일 시장을 찾아 단골 반찬가게에 들렀다. 평소 이 가게 주인은 나씨가 김치 3천원어치를 구입하면 5천원어치에 가깝게 담아줬지만 이날은 정량을 꼭 지켜 판매했다.

그러면서 주인은 “아이고…. 요즘 배추 값도 그렇고, 모든 채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더 많이 주고 싶지만 제 입장도 어쩔 수가 없어요. 이러다 단골손님 하나 잃는 거 아닌지 몰라”라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가뭄과 폭염, 호우까지 더해져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서민들이 울상 짓고 있다. 특히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품목은 대부분 ‘서민음식’인 탓에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채소 가격 등 인상에 장바구니 물가 비상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대구지역 청상추(상품 100g) 평균 소매가격은 1천743원으로 지난 달 1천164원, 지난해 같은 달 평균가 1천12원보다 비쌌다.

얼갈이배추(상품 1kg)도 이달 평균 소매가는 3천322원으로 지난 달 평균가격 2천303원, 전년 동월 평균가 2천458원보다 비쌌다. 이밖에도 오이와 호박을 비롯한 채소·야채류는 물론 과일류 등도 오름세를 유지, 주부들이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봄철 가뭄에 이은 여름철 장마, 최근의 폭염까지 세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엽채소류 등의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더위가 한풀 주춤해지는 9월 중순은 돼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마저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가격도 ‘들썩’…서민경제 ‘빨간불’ 우려

장바구니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국제 식량가격마저 급등하고 있어 하반기 식탁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75.2포인트)보다 2.3% 상승한 179.1포인트를 기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5월 반등한 이후 3개월 연속 상승 중이며 이는 2015년 1월(178.9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밀 등 곡물과 유제품, 설탕의 가격이 공급제약 여파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식량가격지수가 반등하면 국내 식품 물가도 영향을 받는다. 각종 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밀, 유제품, 설탕의 국제 가격 상승은 국내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국산 농산물의 소비위축과 농민들의 생산의욕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서민경제를 더욱 옥죌 것으로 우려된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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