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혜채용 VIP 리스트’ 하나 55명·KB 20명
은행 ‘특혜채용 VIP 리스트’ 하나 55명·KB 20명
  • 승인 2018.02.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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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명, 서류·면접 프리패스
하나 “청탁 아닌 회사 재량”
KB, 명단 존재 가능성 인정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채용에서 특혜를 주려고 한해에만 각각 55명과 20명으로 된 ‘VIP 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이 2015∼2017년 관리한 37명의 ‘VIP 리스트’가 최근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채용비리 정황이 다른 두 시중은행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하나·국민·부산·광주·대구 등 5개 은행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넘긴 자료에는 하나·국민은행의 특혜채용 리스트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리스트에는 55명 이름이 들어 있다. 이들은 2016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시험 성적으로만 당락이 갈리는 필기전형을 거쳐 6명이 남았고, 임원면접 점수 조작으로 전원 합격했다.

계열사인 하나카드 사장의 지인 자녀는 그해 12월 7일 임원면접 점수가 4.2점으로 ‘불합격’이었지만, 이튿날 4.6점으로 높아져 ‘합격’으로 발표됐다. 사외이사 지인 자녀도 이런 식으로 합격했다.

리스트에는 대부분 기본 인적사항과 추천자가 기재됐는데, 추천자가 ‘사외이사’로만 기재돼 어느 회사의 사외이사인지 불분명한 경우였다. 하나금융 측은 “거래처의 사외이사”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그 사외이사가 누구라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거래처 사외이사의 지인 자녀까지 채용에서 따로 챙긴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에선 20명의 이름이 담긴 리스트가 발견됐다. 이들 역시 2015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면접까지 가면 예외 없이 합격했다. 이들 중 특혜가 의심되는 3명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가 포함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3명의 경우 채용비리 정황이 뚜렷한 경우이고, 리스트의 최종합격자는 더 있다”며 “나머지는 비리로 단정하기 어려워 검찰에 규명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20명 규모의 ‘특별관리 리스트’에 윤 회장 종손녀, 김모 전 사외이사 자녀, 전·현직 부행장 자녀까지 포함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KB금융 측은 ‘관리 리스트’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약 2개월간 벌인 이번 검사에서 채용비리 ‘팩트’는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탁·지시자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거나, 일부 은행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게 미흡한 부분이다.

강제 수사권이 없어 사실관계를 추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나은행의 해명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우대’ 논란이다. 이들 대학 출신은 면접점수를 높이고, 다른 대학 출신은 면접점수를 낮췄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입점 대학”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서울대·연세대 출신은 입점 대학이 아닌데 점수가 상향 조정됐고, 입점 대학인 명지대 출신은 점수 하향 조정으로 떨어졌다.

하나금융은 “연세대는 채용이 이뤄진 2016년에는 출장소가 있었는데, 지난해 철수했다”며 “다른 대학에 관련된 부분은 검찰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난 ‘VIP 리스트’에 대해선 “특정인을 청탁받았거나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은행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민간 금융회사 재량의 영역”이라고 해명했다.

KB금융은 윤 회장의 종손녀뿐 아니라 조카도 2005년 계열사(KB부동산신탁)에 5급으로 입사해 현재 3급(차장)으로 고속 승진했다는 노조의 주장에 “2005년은 윤 회장이 KB금융을 떠났을 때”라며 “신탁은 은행과 승진 속도가 달라 고속 승진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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