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난관들 밝은 색감 벽으로 형상화
좌절의 대상 아닌 성장 매개체로 표현
다양한 현상에 대한 수용·상생 강조
전시장 중간에 설치된 샌드백과 흡사 번개 맞아 갈라진 것 같은 형상들이 벽면에 벽화처럼 긴장감 있게 그려져 있다. 사실 그가 ‘노동자’를 매개로 진정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벽’이다. 그에게 ‘벽’은 삶의 고비마다 맞닥뜨리는 ‘난관’과 동일하게 다가온다. ‘벽’에 그려놓은 번개 맞은 듯한 형상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면에서 만나는 단상이다.
“저는 ‘벽’을 뛰어넘는 대상이 아닌 깨야 하는 대상으로 봐요. 현재의 저와 도달하고 싶은 지점인 ‘이상’ 사이에 있는 것을 ‘벽’으로 보죠. 그렇게 볼 때 뛰어넘기보다 아예 깨버리면 이상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누구라도 꽃길만 걷고 싶어 한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고난의 길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자연스럽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두 길 사이를 시소 타듯 오간다.
‘꽃 길’에 대한 선호가 절대적이라고는 하지만 임유진은 ‘난관의 벽’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난관의 벽’이야말로 인간을 성장시키는 에너지원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형상은 거칠게 가지만 색은 밝게 쓰죠. 성장을 위한 에너지원이니 밝을 수밖에요. 삶에서 벽이 없으면 무미건조하겠죠. 우리 몸이 좋은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가 공존해야 면역이 생기는 이치와 같은 것이죠.”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임유진이 미술로 선회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29살에 패션디자인에서 미술로 전과했다. 어찌보면 사고의 폭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저는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벽을 ‘좋다’, ‘나쁘다’로 구획짓는 이분법적은 지양해요. 현상을 배척하기보다 받아들이고 상생하는 길을 찾자는 주의죠. 제 미술은 그 길 위에 있어요.” 전시는 대구엑스코에서 6일까지. 황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