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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행복 2

기사전송 2017-01-11, 21: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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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아이를 놀게 하는 것은 아이의 창의력 개발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놀이를 허용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에 대해 진심으로 부모가 자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음을 온몸으로 체험한다(‘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 김태형, 2016). 오늘날 한국사회 부모 자식사이의 무수한 불협화음과 갈등, 미움 등은 대부분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병적인 가치관에서 기인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놀이박탈에서 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놀이를 허용하면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놀이를 하며 양육된 자식은 최초의 인간관계인 부모와의 사이에서 원만하고 건강한 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 단지 부모 자식관계만이 아니라 훗날 겪게 될 수많은 인간관계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게 해주는 중요한 자산이 놀이이다. 놀이를 허용하는 부모는 돈으로 타인이나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런 부모는 스스로 부자가 아니라고 해서 자존감을 상실하지 않으며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자식 역시 학교성적 때문에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고 많이 한다는 강남지역 아이들의 소아정신질환 발병률이 갈수록 늘어나 전국 최고라고 한다. 또 다른 자료를 보자. 201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살시도자 보험급여제공 현황 자료에 의하면 상위 10% 소득계층의 자살시도 건수는 지난해 기준 357건으로 전년대비 11.6%, 2008년 대비 21.8%나 증가했다. 고위 공무원과 기업체 간부, 임원 등 관리직은 2004년 42명이 자살했으나 2013년에는 414명이 자살했다. 거의 10배의 증가율로 이들이 전체 자살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4%에서 2.9%로 7배나 증가했다. 교수,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의 경우 2004년 137명에서 2013년 685명으로 5배나 증가했다.

왜 전문직 부자들의 자살이 늘어날까. 김태형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무시당하는 공포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상류층으로 올라 갈수록 서로를 비교하고 사소한 차이로 무시하는 경향은 심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경쟁했던 동기가 1급 승진을 하자 자살한 공무원도 있다. 승진과 출세만을 보고 살아온 결과다.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한국인들 대부분은 자기 잇속부터 챙기는 개인이기주의적인 인생을 살고 있으며 개인 이기주의적 인생이 초래하는 가장 큰 슬픔 혹은 비극은 고독이다. 최순실도 재벌 부럽지 않을 부를 축적했지만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하지 않는가. 자아실현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돈을 번다면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행복을 체험할 수 있지만 그 목적이 그저 무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행복은 커녕 고단함만 안겨줄 뿐이다.

이때 시련과 좌절을 딛고 일어설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행복했던 날에 대한 기억이다. 아무런 걱정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때 아이는 행복을 체험한다. 단 한번도 맛보지 못한 음식의 맛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단 한번도 행복을 맛보지 못한 사람이 행복이 무엇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대기업 입사만 하면 단번에 행복해 질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청년을 지탱해 주지만 입사 후에도 주위 동료와 어울리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을 때 그 충격은 얼마나 클까.

공직자 가운데도 주체적인 판단을 할 능력은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이것저것 자료만 갖다 달라는 상사가 있다. 이런 사람들이 꼭 윗사람에게 아부하는데는 탁월하고 문제가 생기면 아랫사람을 탓한다. 금방 앞서가는 것 같지만 능력에 맞지 않는 짐을 지고 가는 삶이 행복할 리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공직을 맡겨야 하는 국민들도 불행하다. 암기 잘하는 것을 공부 잘하는 것으로 알고 성적에만 올인 해온 한국사회가 낳은 비극의 하나다.

필자가 1년 동안 경험했던 네팔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서술형 시험문제를 낸다. 현재 우리나라 중학교에서는 문제의 20%를 주관식으로 출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선생님이나 학생들 모두 주관식 20% 비율 맞추는데 급급하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서로 믿지 못하니 제대로 된 서술형 문제를 낼 수가 없다.

자기 자식이 낮게 나온 평가 결과를 쉽사리 수긍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네팔에서 자주 들었던 질문이 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자살율 1위라고 하던데 이유가 뭐냐.” 난 “객관식 시험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남과 나는 어떻게 다르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할지’ 학원에서 풀이하는 객관식 문제에는 이에 대한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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