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에 관한 미상(迷想)
금연에 관한 미상(迷想)
  • 승인 2017.01.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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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뭐, 감사할 일이다. 법에 의해서 국민들의 금연을 권유하고 장소를 제한함으로써 반강제에 의해서라도 끽연 인구의 감소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국민건강 증진법이라는 법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국민 건강을 살뜰하게 챙기는 정부정책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달갑거나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흡연 규제방안이다. 금연정책과 관련한 국민건강 증진법에는 2012년 12월부터 150㎡ 이상, 2014년 1월부터는 100㎡ 이상 그리고 2016년 1월1일부터는 모든 음식점(식당, 호프집, 주점 등)에 대하여 전면 금연구역으로 정하고 강력 단속에 들어갔다. 얼마나 많은 단속이 이루어지고 얼마나 많은 범법자들이 처벌을 받았는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으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면적에 따라 처벌 기준을 달리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형 음식점이나 커피 판매점은 흡연구역을 별도로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반해서 호프집이나 영세한 상점에는 그럴 공간의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손님과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규모별 단속에 따른 역차별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면적을 기준으로 단계별 확대시행의 발안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영업장마다 ‘금연’과 ‘흡연’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주는 것이 바람직한 시점이 아닐까. 거리로 쏟아져 나온 흡연자들로 인한 비흡연자들의 간접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기도 하고 영업장을 선택해서 방문할 수 있음으로 인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둘째 가격인상을 통한 금연정책은 어떤지 살펴보자. 정부가 2015년 1월 1일부터 담뱃값을 두 배 가까이 대폭 인상한 후 첫해에 반짝 효과가 났지만 전년도는 다시 담배판매량이 증가추세로 돌아섰고, 40% 미만으로 유지되던 양담배 점유율이 40%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산 담배 흡연자가 금연은 고사하고 양담배로 갈아탄 형상이다. 한 마디로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걱정해서 애써 담뱃값 인상을 단행했는데, 흡연 국민들은 이 순수한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계 담배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넘기는 모양새가 되어 버린 셈이다. 게다가 양담배 회사들이 담뱃값 인상을 악용해 2천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일이 밝혀졌고, 정부는 작년 한해에만 정부는 3조 5천억 원 세금을 더 걷었다.

한편 KT&G는 2014년에 제조장에서 반출한 담배 재고 2억 갑도 세금 인상 후 가격으로 판매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KT&G가 부당하게 얻은 이익은 33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1갑당 1591.9원의 세금차액과 99원의 판매마진 인상액을 합친 값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는 탈세 방지와 담배 유통 경로 추적을 위해 2017년도에는 담뱃갑에 ‘디지털 보안필증’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디지털 보안필증’은 홀로그램 형태로 담뱃갑에 부착되는 스티커로 개당 100원에서 15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를 빌미로 담뱃값은 또 다시 인상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한다.

흡연자들의 층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청소년들의 흡연, 물론 성장기에 위험하고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내레이터가 읊조리는 섬뜩하고 음산한 공익광고에도 많은 비용이 들고 이런 저런 이유로 담뱃값 인상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분’을 통해서 정부와 흡연자 사이에서 어부지리 격으로 기업들의 부정한 축재가 이루어져서는 안 될 일이고, 국내건 외국이건 할 것 없이 대한민국 흡연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제 몸집 불리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형상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들이 드러나 있는 상황에서 어찌 정부의 ‘애틋한 진심’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가 있을까. 그보다 여태 가격인상을 통한 흡연인구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언제까지 어디까지 담배 가격을 인상시킬 참인가. 요즘 ‘담배 인심’만큼은 좋았던 과거와 달리 이젠 ‘담배 한 개비만 달라’는 요구가 줄어 든 것과 술에 만취되어도 담배만큼은 주머니에 꼭 챙기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에 쓴 웃음을 짓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금연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올해만큼은 ‘분’해서라도 금연에 성공하기를 당부하면서 ‘흡연 장소’에서 한 개비 담배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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