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되면 밥 한번 먹어요!
살아있는 꽃이 한 말인데...
그 꽃과 밥 먹은 기억,
단 한 번도 핀 적 없네요.
말하자면, 시간 되면 밥 한번 먹자는 약속은
약속이 아니란 걸 깨닫는 데
한생이 다 저물었네요
무량수전 씨? 나도 그래요
마음은 늘 가야지 하면서도 그러지 못했네요
시간 되면 말고,
시간 내어서
선약 없는 달빛 옆에 앉혀놓고
말차 한잔 하실래요?
그거 참,
무량무량 감개무량이겠지요?
◇서하=1999년 <시안>신인상 수상
시집 <아주 작은 아침> <저 환한 어둠>
2015년 <대구문학상> 수상
대구문학관 운영자문위원
<감상> ‘언제 밥 한 번 먹자’ 애초에 지켜지지 않는 약속, 누구나 한 번씩은 이런 약속 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 또한 친구에게 또 아는 지인에게 이런 약속을 한 기억이 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일지언정 정말 꼭 만나고 싶어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인사치레로 그냥 예의상 하게 되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약속을 정하기는 쉽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작은 약속이지만 먼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약속을 정하기 전에 꼭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