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1946년 국제신보에 <거리>를 발표하며 등단
대표시로는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인제> 등
<감상> 30세 청춘에 세상을 일찍 떠나버린 영원한 젊은 신사, 박인환. 이 시는 어느 날 막걸리 집에서 즉석에서 짓고 주옥같은 곡을 붙인 사연이다. 얼마나 그 사랑을 잊지 못했으면, 아! 남자는 바보인가 보다. 그날 밤 가로등 그늘아래 벤치에서 그녀의 눈동자와 입맞춤의 느낌! 세월이 흘러 그 벤치에는 낙엽이 쌓이고 그것이 흙으로 변하여도 그때 그녀의 눈동자와 입술을 잊지 못하여 어느 날 술에 취해 절로 시와 노래가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된 것이다. 지금 박인환 그 아름다운 시인은 떠났어도 그의 시와 노래는 오래도록 내 가슴에 그리고 그대 가슴에 남아있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