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부부싸움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 승인 2017.06.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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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결혼과 함께 부부는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서로 다른 환경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아가다보면 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부는 원래 싸우면서 산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혼 직장인 278명을 대상으로 ‘부부싸움’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은 일주일 평균 1.9회 부부싸움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이 부부싸움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경제적 문제가 25.5%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가사일 배분 문제, 술 문제, 아이의 교육 문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평균 1주일에 1회 이상 싸우는 한국의 부부들. 하지만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라도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이혼까지 가는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부싸움은 서로의 의견을 조정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부부에게는 꼭 필요한 부부싸움, 하지만 엄마 아빠의 싸움을 바라보는 아이도 이렇게 생각할까?

부부가 서로를 행해 지르는 고함, 폭력적인 행동, 분노한 표정 등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이에게 치명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더 해로운데 영아기나 유아기 시기에 엄마 아빠의 싸움을 자주 본 아이들은 공포와 불안을 느끼면서 위축성향을 보이거나 그 반대로 공격성을 띄게 된다고 자녀교육 상담전문 사이트인 보스톤닷컴(boston.com)은 밝히고 있다.

아이는 부모의 싸움을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받아들인다. ‘엄마 아빠가 저렇게 싸우다가 헤어지면 나는 제대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생존을 부모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아이가 부모의 싸움을 보면서 생명유지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는 사실을 모른 채 부모들은 아이들 앞에서 서로 소리를 지르거나 때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자주 부부싸움에 노출되었던 아이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증상이 틱이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자신을 자해하는 경우도 학계에 자주 보고 되고 있다. 아이들이 겪는 공포의 수준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가늠할 수 있는 증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이 때 겪은 이런 생존의 공포가 아이가 다 자라서 성인이 된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미국 시애틀 소재 고트맨 학회에 따르면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공격충동, 충동조절장애, 우울증 등을 겪는 경우가 일반인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타인과의 갈등을 조절하는 것을 가장 어려워했다. 주변인들에게 자주 화를 내거나 습관적인 거짓말을 하는 등 사회 적응 실패하는 사람, 폭식이나 과식 또는 거식 등 식이장애를 겪는 사람, 불면증이나 대인 관계 혐오증 때문에 원만한 대인 관계를 하기가 어렵다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때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다음과 같은 행동이 모두 부모의 싸움에 원인이 있다고는 볼 수는 없다.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 인간이 가지는 유전적 성향과 그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에서 복합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싸움은 어린 시절 겪는 다른 어떤 경험보다 인간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어쩔 수 없이 부부싸움을 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할까? 첫 번째는 아이가 보는 곳에서는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다. 싸울 일이 있어도 조금 참았다가 차 안이나 공원 등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부부싸움을 하자. 싸움을 집 밖에서 하고 집에 들어올 때는 싸우고 난 뒤의 표정이 아이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갈등을 조정하는 중이지 헤어지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한다. 싸우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아이에게 나쁘지만 부모가 잘 설명해주면 아이가 가정이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너는 누구랑 살 거야?” “너는 네 아빠랑 똑같으니까 너도 싫어”등 아이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엄마 아빠가 별 생각 없이 한 이런 말들이 아이 가슴에 비수로 꼽혀 아이에게 두고두고 상처가 되는 것이다.

부부싸움, 안하면 더 좋겠지만 꼭 해야 한다면 사랑하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현명한 방식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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