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센터를 말하다
트라우마센터를 말하다
  • 승인 2017.06.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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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트라우마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한 ‘외상적 기억’으로 타인에 대한 불신과 침묵, 무력감, 수치심과 굴욕감, 격분과 같은 심리적 현상과 PTST(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장애, 알코올이나 약물남용과 같은 심리적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지난 6월 12일 2·18안전문화재단 부설 대구트라우마센터가 주관한 2017년 제 1회 재난정신건강세미나 ‘트라우마센터를 말하다’가 열렸다. 대구트라우마센터를 포함해 안산트라우마센터와 광주트라우마센터의 센터장이 함께 해 트라우마센터의 현황과 협력방안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구트라우마센터는 2·18대구지하철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재난정신보건서비스 제공을 통해 피해자들의 심리, 사회, 경제적 기능의 회복과 일상적 활동에서의 적응을 지원하고, 만성적 기능장애를 예방함으로써 재난 피해자들의 경제·사회적 정의구현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6년 2·18안전재단이 실시한 유가족 실태조사사업에 따르면 사고 후 십여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응답자의 71%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필자가 주목했던 부분은 ‘우리 사회가 재난처리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3가지’ 문항에서 ‘투명한 사고원인과 책임소재 조사’가 1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분명한 재난대응체계와 책임 있는 행동’이 15%로 두 번째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은 답변은 한국사회에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된 사고조사와 책임소재파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희생자 파악이 어려워 가족원이 화재로 사망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시에서 지하철 사고현장을 곧바로 청소하면서 시신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웃을 피해 다니며 일상생활이 어렵고 무기력했다”

심층인터뷰에서 밝힌 유가족들의 회고는 그러한 재난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가 어떤 것인지, 사고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한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설립된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안산온마음센터)는 416 세월호참사 피해자를 포함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전문적, 지속적, 집중적 서비스를 제공함을 미션으로 지역사회연대를 강화하고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공동체를 도모하자 한다. 안산트라우마센터의 발표에서 필자의 눈에 띄었던 부분은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피해자 등록을 받았는데, 전체 피해자 중 24%인 114명이 미등록자라는 사실이다.

지난 정권은 언론을 동원해 세월호참사에 대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유가족들의 진상규명노력을 철저하게 방해 했었다. 그런데 안산트라우마센터는 정부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참사 직후 발 빠르게 설립되었다. 안산트라우마센터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치유회복을 꾀했겠으나, 24%의 피해자가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 주도의 트라우마센터에 대한 불신이 매우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주트라우마센터는 국내 최초의 고문과 국가폭력 생존자치유기관으로서 한국현대사에서 국가폭력의 피해자로서 5·18민주화운동을 다루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5·18 관련자의 55.8%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겪고 있으며, 이후 관련 사망자 381명 중 4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12.1%에 달한다. 이는 5·18로 겪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처참한 것이었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고문피해자의 76.5%가 PTSD 증상을 겪고 있었다. 전쟁과 분단, 독재로 얼룩진 한국의 현대사에서 백색테러와 학살, 고문과 같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광주트라우센터의 오수성센터장은 그동안 진상규명과 과거청산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치유노력은 부재했음을 알렸다.

“아픔을 견뎌 내고, 그 아픔을 통해 나름대로 의미를 찾아내서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능동적인 치유자로 거듭 나는 트라우마 피해자의 사례는 트라우마센터의 존재의의를 보여 준다. 트라우마센터가 사회적 재난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의 치유 뿐 만아니라 그 재난의 재의미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재난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피해자의 고통이 더 크게 승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역할을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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