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 최시형(海月 崔時亨) 선생 유허지(遺墟地)
해월 최시형(海月 崔時亨) 선생 유허지(遺墟地)
  • 승인 2017.06.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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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대 대광상사 대표, 코리아타임즈 칼럼리스트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처럼 경주가 신라의 고도(古都)로서 널리 알려진 것은 사실이나, 수운 최제우 선생과 해월 최시형 선생을 배출한 도시이며, 한국 민주혁명의 효시(嚆矢)인 동학(東學)이 창도된 성지((聖地)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세기말, 조선왕조는 대내적으로는 극도로 부패하였으며, 대외적으로는 서구와 청·일 등 강대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었다.

당시 탐관오리들은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순박한 민중들을 억압했다. 이렇게 국운이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수운 최제우 선생은 “보국안민(輔國安民), 광제창생(廣濟蒼生)”의 기치 아래 1860년 4월 5일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 구미산 용담정에서 무극대도의 동학사상인 천도교를 창도했고, 2대 교조 최시형 선생은 도통(道通)을 전수받아 동학의 부흥을 이끌었다.

우리나라 민족, 민중운동의 거목이자 천도교 2세 교조이신 해월 최시형(1827∼1898) 선생은 동학농민혁명의 주역이자 한국 민주주의와 세계인권운동의 선구자이다. 해월 선생은 1827년 3월 21일 경주시 황오동 227번지에서 최종수(崔宗秀)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최제우 선생이 1864년 조선 조정에 체포되어 대구장대에서 좌도난정(左道亂政)이란 죄명으로 참형을 당한 이후 해월 선생은 한평생을 보따리 하나 둘러메고 전국 산천 방방곡곡을 풍찬노숙하며, 당시 도탄에 빠진 민중의 참다운 벗으로 살아갔다. 은둔하면서 도(道)를 전파하러 다녔다고 하여 ‘은도시대(隱道時代)’라 불리던 시절, 해월선생은 관(官)의 지목과 탄압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인간을 한울님같이 섬겨야 한다는 “사인여천(事人如天)” 사상을 설파했다. 또한 한울님과 사람 그리고 우주에 놓인 모든 만물을 공경하자는 “삼경사상(三敬思想)”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존재들 사이의 조화와 공생을 강조했다. 이러한 해월선생의 가르침은 오늘날 새로운 생명사상, 환경운동, 어린이 운동의 사상의 대안으로 현재까지도 국내외에 걸쳐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많은 각광 받고 있다.

또한 ‘동학’이라는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해월 최시형 선생은 1880년 5월 인제군에서 최초의 경전인 ‘동경대전’을 간행했고, 1881년에는 단양 샘골에서 ‘용담유사’를 간행·보급하여 교단을 정비하고 교세를 확장하였다. 특히 선생은 동학의 이론 정립과 세력 확장을 통해 1894년 반봉건 근대 민족 운동으로 불리는 동학혁명을 주도하였다. 오로지 민중을 위해 모든 삶을 바쳤던 최시형 선생은 끝내 그가 꿈꾸던 세상을 보지 못하고 1898년 3월 원주 송골에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고, 6월 교수형을 당했다.

하지만 최근 경주시민단체와 경주문화원 (김윤근 원장)이 최시형 선생의 선생의 유허지(遺墟地) 에 관심을 표하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최시형 선생 생가 터인 경주시 황오동 227번지 일대가 경주시의 공용 주차장 목적 등으로 조성되어 역사적인 자취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땅은 원래 천도교 경주시 교구 소유였는데, 1960년대 중반에 사인(私人)에게 매각된 후 중앙교회(기독교)가 소유하였고, 다시 경주시가 매입하였다. 하지만 이 곳 현장은 1973년 주간조선 2월 11일자 기사인 ‘명가의 현장 13 최제우, 최시형’(김덕형 기자 작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학 2대 교조인 최시형 선생의 생가 터로 고증되어 있다.

역사학자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가 최시형선생의 인간존중 사상과 만물공생 사상을 망각 한다면 신채호의 가르침처럼 우리사회 역시 미래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새로운 민주정 정부와 경주시청은 최시형 선생 생가 터에 선생의 생가및 기념관을 건립하여 최시형 선생의 만인평등사상을 기념하고 선생의 업적을 고취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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