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단 하나의 믿음
약속, 단 하나의 믿음
  • 승인 2017.07.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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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하면서 살아간다. 약속은 타인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도 이에 못지않게 흔하다. 타인과의 약속과 자신과의 약속의 차이라면 무엇보다도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전자는 아무래도 이해관계의 폭도 다양하지만, 부조리하거나 정의롭지 못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양쪽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때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조건들을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성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약속은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불온한 것이라 할지라도 관대해질 수 있다. 가령 ‘다시는 아무개와 어울리지 말아야겠다.’ 따위의 주관적이고도 사소한 것들도 이에 해당되지만, 자신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면 편협한 것도 개의치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선을 앞둔 후보자들도 하나같이 공약을 내걸고 상대 후보가 가능하지 않은 공약을 하고 있다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대선이 끝나면 당선자가 공약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 지 지켜보는 것도 유권자들이 해야 할 의무 중 하나인 이유는 이 또한 타인과의 약속, 즉 국민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노동을 필두로 해서 정치, 외교,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약을 했으며, 그 아름답고 이상적인 약속들을 하나하나 지킬 수 있도록 일단은 믿어줘야 한다. 내각을 구성하는 데에도 인선과정에서 여러 가지 진통을 겪으면서 ‘국민들을 믿고 가겠다.’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내각을 구성하는 데 보건복지부와 산업부 장관 두 자리만 남겨두고 있다. 특히 보건 복지부장관의 인선은 반 년째 공석으로 남겨진 국민연금 관리공단 이사장 인선과도 맞물려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방미 일정을 마치고 7월 2일에 귀국한 후에도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G20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당월 7,8일 양일간 또 출국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취임한지 만 2개월이 경과하는 동안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는 셈이기 때문에 공약은 차치하고라도 실무적인 현안들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야권은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규명하되 ‘무조건 거부’가 되어선 안 될 것이며, 여권은 결격사유가 없는 후보군을 자체적으로 선정해서 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후보자들이 스스로 ‘내가 국민들 앞에 서서 부끄럽지 않은가. 나 정도면 괜찮을까.’라고 물어보고 결정했으면 한다.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부적합한 후보가 등장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주위의 ‘부추김’이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추천받은 자가 부끄러운 경우는 있지만, 추천한 자는 그야말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약속은 사랑이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랑하지 않는 이와 약속을 하지 않는다. 계약을 하거나 약정을 하는 경우는 사업적이거나 법률적인 해석들을 위한 약속의 일부이지, 오롯이 약속은 아니다. 공약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위한 일종의 공적인 약속이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인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들을 믿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적인 약속이 아닌 그야말로 믿음을 기반으로 한 ‘사랑’이 된다. 사랑은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굳이 사랑에 대한 조건을 들라면 단 하나,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약속이 깨지는 순간 믿음도 함께 무너지게 마련이다. 믿음이 사라 지고나면 남는 건 오직 ‘이별’ 하나뿐이다.

‘나’를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 또한 믿음을 주지 못한 ‘나’에게서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이 되었다. 그를 믿고 그를 뽑아준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이를 수용한 나머지 국민들 모두까지 안고 ‘협치’하겠다고 했으니, 그는 기본적으로 ‘사랑’을 할 준비는 되어 있다는 믿음이 간다. 다만 그가 국민과 한시적인 관계를 맺으며 ‘계약’을 선택할지 그의 정치생명을 걸고 ‘약속’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기왕이면 국민들과 공감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지속적이었으면 한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기대가 커지고 점점 더 욕심을 낸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적어도 사랑을 한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한 치의 의혹이라도 남겨둔다면 언젠가는 이별을 할 수밖에 없다. 약속은 단 하나의 믿음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먼저/내가 먼저/그러지 않기로//내가 먼저/절대로/내가 먼저/그러지 않기로//더 이상/아픔 따위는/내가 먼저 주지 않기로//나보다/네가 더 아픈/그런 일은/일어나지 않기를//그리고/사랑하기로/약속하다//오! 세상에/약속을 하다.<약속을 내리다. 전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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