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는 안 되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 승인 2017.07.0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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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문화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연장에 갈 기회가 많아졌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면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의 불빛이 번쩍거린다. 그런데 실내 공연장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관객들의 손에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카메라가 언제나 들려 있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가 있는 세상인데….

며칠 전, 모 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경쟁을 하듯 사진 찍는 광경이 목격됐다. 나도 질세라 합창단원으로 참가한 지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잠시 후 정복 차림의 관리자가 다가와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며, 사진을 삭제하게 할 수도 있다는 따끔한 경고를 하고 돌아갔다.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는데, 왜 나에게만 그렇게 주의를 준 것인지 조금 억울한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긴 공연장을 관리하는 직원 몇 명이 일시에 많은 관객을 감시·감독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불빛이 있는 곳을 찾아가 주의를 주고 돌아서는 순간 또 다른 곳에서 번쩍거리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적을 받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다. 결코 사진을 찍어서 안 되는 경우라면 누구도 찍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찍고, 어떤 사람은 찍지 못하게 한다면 괜한 의문과 반감만 늘어날 뿐이다.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에서도 지켜야 할 예절과 규범이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너무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위 공직 후보자들은 어찌하여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그다지도 많이 저지른 것인지. 혹시 ‘범법 행위 있는 곳에, 인재(또는 권력)가 있다’는 숨은 방정식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미 밝혀진 위법 또는 편법을 자행했다 하더라도, 청문회에서 잠시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만 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위장 전입에 부동산 투기, 음주 운전, 논문 표절, 조세 포탈 등 사회 질서를 무시한 행위가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로 무마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법 자체의 기본을 흐리게 할 뿐이다.

다른 한편 고위 공직자 임명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데도 특정 단체 등이 나서서 후보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은, 가진 것 없어 범법 행위조차 할 수 없는 서민들의 눈에는 참 우습게 보인다. 유능한 인재라면 그 정도 기초질서를 위반한 것쯤이야 눈을 감아도 된다는 뜻일까. 또한 그러한 일련의 사항들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단순한 참고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니, 더욱 놀랍다.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은 가벼운 일이라도 예절이나 규범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법적 규정을 위반하고도 미안하다거나 이해해달라는 말로 법질서를 농간하는 고위 공직 후보자들은, 인사권자가 천명한 원칙을 위배하고도 예정된 자리에 버젓이 임명이 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언행불일치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런 도덕적 행위들은 잠시 고개를 숙이면 해결이 되는 정도로 가벼운 일인지. 또한 지키지 않을 인사 원칙과 단순한 참고 절차는 차라리 없애는 것이 어떨지 묻고 싶다. 아울러 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책의 추진을 위해 국민의 바람 또는 공감 운운하는 표현도 신중을 기해주기를 당부한다. 국민은 누구이며, 어느 정도의 공감을 얻었다는 것인지 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국민으로 인식을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은 개인에서부터 가정과 사회, 학교, 기업, 종교, 단체, 국가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곳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회적 규범이자 국민이 지켜야할 의무다. 더구나 법을 집행하는 지도자로서 국민들의 모범이 돼야할 고위 공직자(또는 후보자)들의 범법 행위야말로 결코 가벼이 다루어서는 안 될 법의 가치이자 지켜져야 할 이유다.

법을 아는 사람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나가고, 편법 등을 저지르지도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가 되는 해괴한 사회가 하루 빨리 제자리를 찾게 되기를. 누구든지, 해서 안 되는 일은 하지 않는 밝고 당당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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