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대 도시 대구의 자화상
대한민국 3대 도시 대구의 자화상
  • 승인 2017.08.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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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전라도 한 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고 있는 한 노인의 인터뷰가 문뜩 생각났다. 모 케이블 TV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르신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다음 생에서도 이 섬에서 태어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촌로는 단호하게 대도시에서 태어나 살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살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서울, 부산, 대구 중에서 다음 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평생 외딴 섬에서 나고 자란 촌로가 인식하고 있는 대구는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대구에 살고 있는 필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는 서울, 부산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도시로 대구가 꼽혔다. 그동안 대구시민들은 대구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3대 도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다. 조선시대 때도 이 지역은 학문과 정신적인 측면에서 수도역할을 했고 경성, 평양과 함께 대구에 3대 고보(고등보통학교)가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에도 이 지역은 국가 인재의 보고(寶庫)였으며, 조국 근대화의 산실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국민들 사이에서는 ‘보수’로 낙인찍힌 도시, 각종 경제제표를 살펴봐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전락하고 있는 초라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인천시가 정부의 각종 공문에 표기되는 ‘서울·부산·대구·인천’ 순서를 ‘서울·부산·인천·대구’순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던 터라 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1981년 인천시가 대구시와 함께 직할시로 출범할 때는 모든 경제지표에서 대구가 인천을 앞질렀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됐으니 순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구가 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는 물음표다.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대구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 가뜩이나 쪼그라들고 있는 대구시가 새 정부의 예산지원에서 마저 소외되고 있는 것 같다. 대구시는 내년도 정부에 6개 SOC 사업 국비 1천823억원을 신청했지만, 부처 심의를 거치면서 671억원이 반영됐고, 기획재정부 최종안에는 462억원으로 줄었다. 신청 사업 중 25%만 확정됐다. 대구~광주 내륙철도 건설(총사업비 4조8천987억원)과 기업지원 융·복합센터 건립(총사업비 890억원) 등 신규 사업 2건은 아예 제외됐다. 경북의 상황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새 정부의 첫 예산안 편성에서 대구가 차별을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가 지역 차별논란의 중심에 서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권에선 정권이 바뀌면서 지역의 SOC 예산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큰 규모로 삭감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집안싸움하느라 개점휴업 상태인 지역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당연할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미래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도시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소명의식 부족으로 타도시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인천시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대구시나 지역 정치인들이 반성해야하는 이유다.

이처럼 정부의 대구경북 내년도 예산안 삭감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면서 발등에 불 떨어진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국회 자유 한국당 대표실에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열고 국비 증액을 뒤늦게 요청했지만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번만큼은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위해 현직을 걸고서라도 내년도 예산안을 최대한 원안대로 되돌려 놓는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 예산안은 올 연말 확정될 때까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능금꽃 향기로운 내고향 땅은/ 팔공산 바라보는 해뜨는 거리/ 그대와 나 여기서 꿈을 꾸었네/ 아름답고 정다운 꿈을 꾸었네/ 둘이서 걸어가는 희망의 거리... ‘대구의 찬가’ 가사처럼 대구에 사는 젊은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희망의 꿈을 꿀 수 있는 역동적인 도시로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대구시와 지역 정치인들이 진력(盡力)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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