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자들과 언론의 자유
공범자들과 언론의 자유
  • 승인 2017.09.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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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언론의 질문을 막으면 나라가 망합니다!” 영화 ‘공범자들’에 나오는 최승호pd의 일갈이다.

공범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동안 권력이 어떻게 공영방송을 파괴하며 길들여 왔는지,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방송 구성원들이 얼마나 자괴감과 수모를 견뎌야 했는지를 보여 준다.

MBC와 KBS 양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 가는 와중에도 일부는 불이익을 감수해 가며 끊임없이 소리 없는 저항을 해 왔음을 영화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냈다.

공영방송에 실망하다 못해 아예 등을 돌렸던 필자로서는 구성원들의 저항과 좌절을 지켜보며 애잔함과 분노를 느꼈다.

“김 장 겸 은 물 러 나 라!”라고 페이스북 라이브를 켜고 소리쳤던 MBC 김민식pd의 눈물, 파업과 해고 끝에 암투병을 하고 있는 이용마기자의 선한 눈빛에 담긴 기자로서의 결연함…

“우리 싸움의 의미요? 전 기록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암흑의 시기에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 10여 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싸운 사람들의 청춘과 인생이 다 날아갔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봐요. 저도 마찬가지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았을 싸움에도 침묵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래야 했음을 담담히 설파하는 이용마기자의 고요하지만 단단한 뜨거움에 보는 나의 가슴도 함께 뜨거워졌다.

그 자신 MBC경영진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뒤 ‘뉴스타파’라는 독립언론을 일구어 온 최승호감독은 집요하게 공영방송을 무너뜨린 ‘공범자들’을 향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4일 오전 0시부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와 KBS본부(KBS새노조)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동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대구에서도 시민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에서 총파업 지지성명을 내며 공영방송의 회복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9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돌마고 불금파티(돌마고: 돌아와요! 마봉춘(MBC), 고봉순(KBS))’에서 세월호참사로 자녀를 잃은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면서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는 (노조원) 여러분들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이고, 예은이 아빠인 나!”라고 일갈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실제 ‘공범자들’ 영화에서 세월호 당일 MBC의 오보가 참사현장을 전하는 지역방송 관계자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었다.

진실보도를 막았던 자들이 누구였는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오보로 구조의 골든타임 동안 전 국민이 언론으로부터 기망 당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아이들이, 승객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대한 공영방송의 무책임은 당시 구성원 모두가 멍에처럼 평생을 지고 가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MBC·KBS 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며, MBC사장 김장겸에 대한 정당한 조사조차 언론탄압 운운하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보고 또 봐도 기가 막힌다. 자유한국당의 적반하장과 유체이탈을 하루 이틀 겪는 바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양심조차 증발해 버린 그들의 행태가 어이없고 분노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집권 동안 공영방송은 언론으로서의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권력에 복무하는 ‘어용방송’으로 전락한 시기였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등 권력이 숨기고 싶은 내용은 모두 은폐되거나 왜곡 보도 되었다. 편집권 독립을 지키고자 했던 양심적인 기자, 아나운서는 회사를 떠나거나 본인의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한직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공영방송인으로 일말의 양심이라도 지키고자 했던 이들도 권력과 그 앞잡이들이 흔드는 무지막지한 폭거 앞에 숨죽이며 모멸감을 견뎌야 했다. 부당한 권력과 한 편이 되어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을 어지럽힌 김장겸 MBC사장, 고대영 KBS사장,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과 KBS 이인호 이사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을 만드는 것은 바로 정직한 언론이다. 언론의 공영성을 되찾기 위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와 KBS본부(KBS새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 MBC와 KBS 노조의 승리는 언론자유의 승리가 될 것이며,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의 승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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