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양파
  • 승인 2017.09.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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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권

옷을 잔뜩 껴입고 사는 여자가

모임에 나오곤 했었지

어찌나 많은 옷을 껴입고 사는지

비단을 걸치고도 추워하는 조그마한 중국여자 같았지

옷을 잔뜩 껴입고 사는 그 여자의 남편도

모임에 가끔 나오곤 했었지

남자도 어찌나 많은 옷을 껴입고 사는지

나온 배가 더 튀어나온 똥똥한 중국남자 같았지

그 두 사람 물에서 건지던 날

옷 벗기느라 한참 걸렸다네

◇조정권=197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시편> <허심송> <하늘이불> <산정묘지>
 김수영 문학상

<감상> 양파 같은 사람을 우리는 흔히 겉과 속이 한결 같은 사람이라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새로운 것은 없고 똑같은 것만 반복되는 개성이 없는 사람이라고도 이야기 한다. 시인이 양파를 비단옷을 입은 중국여자 그리고 감출 것이 많아 자꾸만 옷을 껴입는 똥똥한 중국남자로 표현한 것처럼, 벗기고 벗겨도 그 속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양파와 같은 존재가 바로 지금의 우리 인간의 본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한세상 살다보면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이 겪게 되고 깊은 수렁으로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비단을 걸치고도 추워하는 조그마한 중국여자처럼 물질과 허례허식에 치우쳐 진다든지 똥똥한 중국 남자처럼 감추어야 할 것이 많아 거짓과 위선으로 너무 많은 옷을 껴입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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