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릴 비
다시 내릴 비
  • 승인 2017.10.0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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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비가 내리는 바다, 그리고 다시 내릴 비’라는 의미를 줄인 ‘비 바다 비’는 필자가 작품을 위해서 쓰였던 조어(造語)다. 여기에서 비는 삶의 다양한 줄기, 이를테면 송곳이나 칼날처럼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존재를, 바다는 이를 품고 용서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를 의미한다. 바다는 언제나 비를 품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번 높고 낮은 파도를 통해 상처를 뭍으로 토해내고 만다. 그러고도 남은 오랜 상처를 품은 채, 바다는 종양처럼 암초를 심고 투병하기도 한다. 삶에서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비가 되고 누구나 바다가 된다. 다른 이들의 가슴에 그리도 모질게 비가 되어 내리기도 하고, 한없이 넓고 깊은 바다가 되어 안아 주기도 한다. 일관성을 가지면 확연하게 악과 선의 이분법적인 논리가 매우 편리하게 사람을 구분지어 관계의 가부를 결정지을 수 있을 텐데 쉽지가 않다. 한 기업의 총수가 직원들의 식대 몇 푼에는 인색하게 굴면서, 고급 술집에서 상상이상의 금전을 베푸는 너그러운 모습이 회자되기도 한다.

이해와 용서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하지만 서로를 마주할 일은 없다. 그래서일까. 이해는 하지만 용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용서하는 경우도 있다. 대선 당시 모 후보가 북한이 주적인가 아닌가를 두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되풀이 할 때 상황이 그랬다. 여차하면 문후보는 종북인사로 몰려 낙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북한이 주적이라고 답변했다면 무던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지켜보는 지지자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그는 머뭇거렸다. 그의 정직한 성품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북한은 우리가 안아가야 할 한겨레다. 그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면 어떻게든 이를 막아야 하고 또 다시 민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무기, 핵은 한반도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5개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과거에 보유하였다가 폐기한 나라들도 있다. 북한은 핵과 관련해서 거의 대부분의 협상에서 미국을 겨냥해서 다양한 카드를 보여준 바 있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심각한 상황임에는 분명하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 대민지원에 대한 발언을 한다 해서 종북(從北)세력으로 몰아가면 곤란하다. 의견은 다양할수록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섣부른 결정으로 인해 발생된 손실은 돌이킬 수조차 없다. 가동을 재개한다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됨은 자명하다. 북한의 잦은 도발에 대해서 정부는 신속한 대응과 정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이나 방송은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보도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정부는 파퓰리즘을 버리고 국익을 위한 대응을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가 ‘트럼프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것’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결국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은 추석을 넘기고 말았다. 그들의 상심은 어떨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이제 생존자들의 수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어 가는데, 언제까지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할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산가족은 포로가 아니다. 양국의 입장이 어찌되었건 그들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언제부터인가 북한의 도발이 있기 훨씬 전부터, 국제적으로 그들을 ‘동냥아치’ 취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기부’를 받아들이길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냥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이곳저곳 다니며 구걸을 하는 걸 의미하지만, 기부는 의미가 다르다. 지원하려는 자가 주체가 되어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니 북한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의미가 강한데,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이유로 이를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속내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술 핵’을 국내에 비치하겠다는 이들의 속내도 이해가 안 간다. 무엇보다도 이미 핵무기를 대거 보유한 국가들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고 무역 보복을 가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또한 북한의 도발을 방어하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궁여지책으로 사드를 배치한 우리나라의 자국 내 사업을 사실상 폐업에 이르게 할 정도의 정치적 차별을 가하는 중국의 입장은 더욱 이해가 안 간다.

비는 앞으로도 수없이 바다에 내릴 것이다. 우리가 때로는 비가 되어 내릴 것이고 때로는 바다가 되어 거친 비를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까지여야 한다. 너무나 많은 암초를 만들어내면 한민족의 항해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매번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엉뚱하게도 어쭙잖은 찬미와 반미세력이 칼을 겨눈다. 우리나라의 국익과 국민들의 염원인 통일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경제대국에 대한 의존이나 배타적인 감정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한 나라가 되기 위한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하는 ‘간절함’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남북대화가 다자간 회담보다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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