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뒷모습
축제의 뒷모습
  • 승인 2017.10.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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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조각구름 걸린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때이기도 한다.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가 마련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역 단위의 작은 잔치가 열리는가하면, 세계적 규모로 펼쳐지는 큰 축제도 있다. 꽃을 중심으로 또는 걷기를 위해 사람이 모여들고, 지역 특산품을 위시한 먹거리 축제도 있다.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흥겨운 예술제도 있고, 화려한 불꽃 축제도 있다.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축제는 오래도록 기다림과 설렘을 안겨준다. 그렇게 여가 문화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 계절에 한두 가지 축제에 참가해보지 못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지역마다 색다른 축제가 이어지는 것은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축제가 아름답게 끝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 9월 30일 서울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펼쳐진 「2017 서울 세계불꽃축제」는 서울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연중행사로 정평이 나 있다. 자그마치 올해로 15회째라고 하니, 주최 측이나 관람객 모두 축제의 내용에 상당한 이해와 노하우를 가졌을 법도 하다. 그러나 매년 축제가 끝날 때마다 무질서와 넘쳐나는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리 준비가 잘 되고 규모가 큰 행사라 하더라도 뒷모습이 깔끔하지 못하다면 축제로서의 의의와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제적 행사로 기획부터 행사 진행까지 매 단계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예산과 정성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 규모에 걸맞게 마무리 또한 철저하게 관리가 되어야 하건만, 관람객들의 성숙하지 못한 행태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2시간 동안 이어지는 불꽃축제의 경우는 장소의 이동이 없이 일정한 곳에서 펼쳐지며, 관람객 또한 나름대로 정해진 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구경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난무하는 쓰레기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인지, 애당초 행사구역 내에는 음식물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엄격하게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 궁금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작은 쓰레기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지 모른다. 그러나 알면서도 함부로 쓰레기를 방치하거나 버리는 행위는 군중심리에 앞서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잠시 스쳐간 TV 화면에서는 어떤 관람객이 보다 못해 다른 사람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주워드는 장면까지 눈에 띄었으니, 그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주최 측 또한 책임을 느껴야한다. 성공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 끝까지 운영의 묘를 살려야한다는 것이다. 행사가 끝날 즈음 다함께 뒷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유도를 하는 것은 어떨까. 자기쓰레기 되가져가기 또는 정해진 곳에만 쓰레기를 버리도록 안내방송을 하거나 곳곳에 대형현수막을 설치하고, 특정 인력을 동원해 시범을 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가던 발길도 돌아서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는 것은 축제를 관람하지 못한 지역 소시민의 짧은 소망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우리의 성숙한 국민의식은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때 시작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다함께 뒷정리를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이후 광화문 촛불 시위 때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생각했다. 시위 참가자들의 깔끔한 마무리가 매스컴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우리 지역에도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하여 준비 중이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축제가 여럿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디 ‘서울 세계불꽃축제’와 같은 뒷모습이 볼썽사나운 전철을 밟지 않는, 친환경적인 축제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행사 전반에 걸친 주최 측의 확고한 의지와 참가자의 동참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합작품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울러 축제 참가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참모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축제는 참가자들의 성숙한 의식을 반영하는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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