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끝에 디룽거리는
낙엽을 바라보면 안쓰럽다
버티는 저 안간힘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대롱대롱 그네를 타다가
곤두박질치고 만다.
낙엽들이 서걱거리며
천지 사방 흩어진다
열정도 염정도 저와 같을까
“우야노!”
나도 몰래 내뱉는 독백
또 가을을 이렇게
떠나보내야만 한다.
<감상> ‘우야노’는 ‘어떻게 하지?’의 뜻으로도 쓰이지만, 어떤 상황의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는 경상도 방언이다. 이 작품은 가지 끝에 매달린 나뭇잎들이 낙엽으로 떨어지는 것을 시인의 감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2연에서 드러나듯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강한 생명력을 표현해 보지만, 마침내 마지막 연에서 자연의 섭리대로 떠나보내야 할 것을 화자는 이미 알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어차피 나무들도 노폐물이 모여 단풍이 들고 낙엽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겪어야 수명이 길어진다고 한다. 오랜 인연일수록 해묵은 감정들을 묵힐 것이 아니라 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밤이 길어지는 요즘이다. 소중한 이들이 당신에게서 멀어지지 않으려고 대롱대롱 말을 건넬 때 멀어지지 않도록 애써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김사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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