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민의(民意)의 대표란
<데스크칼럼> 민의(民意)의 대표란
  • 승인 2017.10.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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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신고리원전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제대로 된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렇듯 어려운 갈등도 절묘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는데 대한 감동이다.

물론 이들이 찾아낸 타협점 가운데 원래의 권한을 넘어서는 부분도 다소 존재하고, 나아가 국회 무용론까지 대두된 상황이지만 에너지 안정성과 안전을 함께 고려한 시민참여단의 현명한 판단에 재삼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주요 갈등 사안을 전문가의 설득력까지 가미해 서로 소통하고 토론해 가며 결과에 승복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박수를 받을만 했다.

곧바로 471명 시민참여단이 어떻게 국민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겠냐는 항의가 나왔다. 그런데 이 말에는 쉽게 동의가 안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선거라는 방식을 통해 민의를 대변하라고 뽑아놓은 국회의원과 정당들이 해 낼 수 없었던 일을 공론화위원회가 절묘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이런 사안에 대해 소위 ‘시민의 대표’, ‘국민의 대표’라는 직함을 가진 지방의회 의원이나 국회의 의원들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지경이 되었다.

당리와 당략에 휘둘려서 모범답안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똥작대기로 판을 휘휘 저어버리는 인사들을 수도 없이 봐왔기에 회의가 드는 것이다. 시민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사안의 핵심까지 면밀히 들여다 본 후 비로소 결정에 참여해야 할 중요한 자리에 있는 의원들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증인이 누구인지조차 잘 모르는 상태에서 생뚱맞은 질문을 던진다거나, 사안의 본질은 저만치 놔두고 고래고래 TV카메라에 대고 소리만 지르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봐왔기 때문일까.

국정감사가 진행중이다. 국정감사는 국민들을 위해 국정의 잘못된 부분들을 짚어보자고 진행하는 것인데 국회의원 대부분은 허구한날 국감장에서 ‘적폐청산 타령’이니, ‘정계개편’ 같은 권력 부풀리기 해법찾기에 함몰돼 논쟁의 우선순위를 망각해버리는 모습만 부각된다. ‘차기 선거의 표심얻기’가 ‘국가대계 논의’보다 언제나 더 우선한다. 이러니 국민들은 씁쓸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단기필마로 부지런히 제 할 일을 다하는 몇몇 소신있는 선량도 있어 그나마 위안은 된다.

개헌 문제도 마찬가지다. 작금이 개헌을 위한 중요한 타이밍일진대,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권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아전인수의 도구’로만 해석하려는 비이성적인 정당들과 국회의원의 모습때문에 개헌 논의까지도 숙의과정을 도입하자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는 것 아닌가.

지방의회 얘기도 하지않을 수가 없다. 시민의 눈치는 뒷전이고, 오로지 공천권을 가진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만을 보고 있으니 객관적이고 제대로 된 의정활동이 가당키나 할까.

지난 주 대구시의회에서 진행됐던 대구의료원장 인사청문회 과정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경북대 칠곡병원의 초대원장을 지낸 후보자를 대구의료원의 수장으로 앉혀 공공의료의 질을 개선할 수 있겠는지를 가늠해 보는 자리였다. 그런데 국립대학교에 속해 있으면서 큰 병원의 장 자리까지 맡았던 후보자인지라 시의원들로 구성된 인사 청문위원들은 후보자의 자질 검증에는 거의 손을 놓았다. 오히려 ‘큰 병원에서 혁혁한

최연청 (부국장)

공을 쌓았으니 대구의료원도 권위있는 의료원이 되게 해달라’거나, ‘인근에 새로 들어올 대형병원에 밀리지 말고 장례식장 운영을 더 잘해달라’는 등의 부탁성 멘트가 날아다녔다.

다만, 김옥자 시의원이 과거 후보자가 원장이었던 병원의 당시 회계처리에 왜 문제가 제기됐는지, 감사원의 감사에서 받은 지적은 어떤것인지 등에 대해 몇 마디 물었을 뿐이다. 오히려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이 아닌 윤석준 시의원이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후보자에게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공공성을 더 중하게 여기겠는지, 아니면 수익성만 쫒겠는지를 집요하게 캐물었을 뿐이었다. 성과에만 급급해서 공공의료기관 본연의 자세를 잃어서는 안된다는 주문이었다. 윤 의원은 경북대학교 교수와 대구의료원장을 겸직하려는 후보자에게 대뜸 의료원 정관상 ‘겸직금지 조항’을 내세우며 대구의료원장에 임하는 후보자의 정신자세를 북돋우기도 했다. 어쨌든 청문회는 끝났고, 지난 23일 대구시의회는 인사청문위원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위원장은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점, 후보자의 경영능력과 공직가치관 등 자질 검증에 최선을 다했지만 시민들의 알권리 충족에는 미흡했다는 점을 순순히 인정했다.

민의를 대변하라고 뽑아 준 지방의원들이 시민들의 공공의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하디 중한 청문회를 제대로 준비도 하지못했고, 스스로도 미흡했다고 여기는 판국이니 지방선거의 막대한 비용이 아까울 따름이다. 숙의 과정을 잘 풀리지 않는 다른 시책, 이를테면 대구공항 이전이나 취수원 이전문제 등에도 대입시키자는 목소리까지 속속 튀어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의견들의 기저에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이 문제들의 해결을 기대해봤자 속시원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경험칙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은 어느때보다 시민들 앞에 옷깃을 여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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