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의 결혼 문화가 바뀌고 있다
신세대의 결혼 문화가 바뀌고 있다
  • 승인 2018.01.3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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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며칠 전에 커플매니저 일에 관심이 많은 여성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는 결혼 적령기의 남매를 둔 중년 여성이다. 혼기가 꽉 찼는데도 사귀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일에만 몰두하는 자녀들이 걱정이라 했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돌이켜보았다. 시부모님과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시누이 시동생을 거느린 열두명 가족의 맏며느리였다. 사는 게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자신이 선택한 결혼이고 남편도 좋아 열심히 살았다. 그녀가 불편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 남편이 힘들 게 뻔하니까 내색도 못했다. 시집살이 하느라 자녀교육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더 잘해주지 못함이 항상 안타까웠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선물하기로 했다.

들과 산에서 갖고 온 야생화를 집안에 심고, 이웃에서 화초를 얻어와 심었다. 집안이 온통 꽃밭이 되었고, 자연 속에서 오누이가 즐겁게 뛰놀았다. 한여름 해가 어둑해지면, 옥상에 돗자리를 깔고 별을 헤면서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태양열이 덜 식어서 따끈따끈한 바닥은 온돌방이 되었고 바람 끝에 스치는 꽃향이 싱그러웠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혼전 순결교육을 했다. “꽃에도 꽃씨가 있어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나듯이 너희들도 아빠의 아기씨를 받아서 태어났단다. 결혼 후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씨로 태어나야 고귀하고 아름다운 생명체가 된다”라고 가르쳤다. 그 덕분인지 자녀들이 이성의 친구를 만나도 연인관계로 발전을 하지 않은 것 같아 자신의 교육이 잘못된 거 같다며 웃었다. 나는 아직 좋은 인연을 안 만난 거 같으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위로했다.

가끔씩 대학에 특강을 하면서 신세대들의 결혼관에 대해 물어본다. 일부 몇몇 학생들은 아예 결혼은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라고 했다. 신세대에 3포라는 신조어가 있다. 결혼, 출산, 연애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문제, 경제적 양극화 현상, 육아에 대한 부담 등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해 결혼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만 것이다. 배우자도 공무원이나 안정된 직장인을 원한다. 남성이 경제적 의무를 다해야 되는 종전의 개념이 바뀌었다. 맞벌이를 원하고 연상연하 커플이 늘었다. 저출산 고령국가인 일본도 2020년이 되면, 고령인구가 45%를 넘어선다. 그리고 1인 가구와 나홀로족이 대부분이다. 퇴근 후, 혼자 묵묵히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자,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위한 식당’ 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혼집(혼자 사는 사람), 혼밥(혼자 밥 먹는 사람), 혼술(혼자 술 먹는 사람), 혼쇼(혼자 쇼핑하는 사람), 혼영(혼자 영화 보는 사람) 문화가 유행한다.

신세대들의 결혼 문화도 바뀌고 있다. 결혼의 다양성이랄까? 엄숙한 종전의 결혼식 분위기 대신에, 화기애애한 이벤트식 결혼이 대부분이다. 주례가 없고 양가 부모가 자식들에게 덕담을 한다. 신혼집과 혼수도 신랑 신부가 공평하게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 아내를 보호하는 보호자의 입장보다 삶을 함께 꾸려갈 동반자의 개념으로 본다. 혼인신고도 결혼식 후 바로 하지 않고 2~3개월 후나, 심지어 일 년 후 하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 가사노동, 육아에 대한 부담, 시댁과의 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결혼을 기피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성은 남자 친구로 족하다. 그들은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구속되어 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지기를 원치 않는다. 신세대들은 결혼은 정상이고, 비혼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소득 3만 불을 바라보면서 경제적 문제가 결혼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셋방살이부터 시작해서 박봉의 공무원 월급으로 4남매를 대학까지 보내고 결혼시킨 우리 부모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핵가족 시대에 가족이라는 의미를 한번쯤 깊게 생각해보자. 고독사가 늘고 있다. 경제적 이유보다 인간관계가 상실된 외로움이 더 큰 까닭이다. 어느 여론조사에서 아이가 있는 기혼자의 삶의 만족도가 무자녀의 기혼자보다 높다고 했다. 개인주의의 팽배가 만연한 사회 구조의 문제는 어쩌면 기성세대의 잘못인지도 모른다. 삶의 가치를 물질보다 인간 관계와 사랑에 의미를 두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묘안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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