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미투 운동’, 반성 없는 가해자
확산되는 ‘미투 운동’, 반성 없는 가해자
  • 승인 2018.02.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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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 처음 검찰 내부에서 시작된 성추행 고발이 문학계, 공연계 등 문화계로 확산되더니 이제는 성역이라 할 종교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책임자들은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성계나 인권단체에서는 말 한 마디 없다. 마침내는 미투 운동이 진보층을 겨냥한 댓글 공작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사회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지금 천주교계는 미투 운동에 휩쓸리면서 발칵 뒤집어졌다. 수원교구의 한모 주임신부가 7년 전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정직되면서 미사까지 중단됐다. 특히 이 사건의 발생지는 고 이태석 신부가 봉사활동을 했던 그곳이다. 한 신부는 이태석 신부의 활동을 다룬 다큐 ‘울지마 톤즈’에도 출연까지 했다. 지난해 이석기, 한상균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국 기자회견에도 참여한 인물이다.

문화계 미투 운동은 원로 시인 고은, 유명 연출가 오태석, 이윤택, 윤호진에 이어 배우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과 사진작가 배병우 등으로 끝없이 번지고 있다. 그러나 시인 고은은 성추문이 드러난 지 2주가 더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추악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윤택은 공개 사과했으나 리허설까지 한 ‘거짓 사과’임이 밝혀졌다. 평소 같으면 벌떼처럼 일어났을 여성계나 인권단체들도 여기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역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나는 꼼수다’를 진행했던 방송인 김어준은 미투 운동의 타킷이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 인사나 진보 인사들을 공격하고 분열시키기 위한 특정 세력의 ‘공작’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말대로 성추행 인사 중 진보층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반성의 사과 한 마디 없이 오히려 남에게 음모라고 뒤집어씌우는 것은 희대의 후안무치이다.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침묵하거나 거짓으로 사과하는 일부 가해자이나 이들을 비호하는 주장을 보면 우리사회가 한심하다는 느낌이다. 우리사회 일부의 추악한 단면과 비뚤어진 성 인식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그런 인사들의 작품이 어린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숱하게 실려 있다. 교사들은 그 작품의 작가들을 어떻게 설명하겠으며 학생들은 그들의 성추행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의 2세들이 그들의 행위를 따를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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