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내리는 빗줄기에
화사한 5월이
장미의 잠을 깨운다
몇 날의 봄 몸살을 앓고
일어설 기운조차 없는
힘겨운 처절한 고독 속에서
나의 작아지는 모습을 본다.
깊고 풍성한 저 봄꽃들도 어느 듯
가냘픈 가랑비에도 스러진다
때로는 가느린 빗줄기가
한 생명을 태동시키고
잠재우기도 한다
◇안종준=한국시민문학협회 주필
청백리문학상·대구신문 명시 작품상 수상
시집 <새벽동이 트기전에> 등 출간
<해설> 봄비는 희망처럼 장미를 피울 수 있지만, 몇 날의 봄 몸살을 앓고 나서야 진정한 생명을 태동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본문을 해석해 본다. 작품 속에 작아지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세월의 깊은 한 숨을 느끼기도 한다. -이재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