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手가 된 박 대통령의 개각 카드
惡手가 된 박 대통령의 개각 카드
  • 승인 2016.11.02 21: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을 더 꼬이도록 만들고 있다. 거국중립내각 논란의 와중에 박 대통령이 2일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바꾸는 개각을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이에 야권과 새누리당 비주류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국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야권에서는 “탄핵이나 하야 요구를 유도하려고 저러는 게 아니냐”며 강한 불쾌감을 표할만큼 박 대통령의 정국 수습책이 ‘최순실 사태’로 패닉에 빠진 정치권을 오히려 더 자극한 모양새가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2일의 총리 등 개각을 단행하면서 야당에 일언반구 상의는 커녕 최소한 통보조차 없었다는 것은 대화의 창구를 대통령 스스로 닫아버린 자충수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면서 내각을 통해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인 것 같지만 참으로 잘못된 판단이다. 지금은 정치권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 국가적 위기를 타개해야할 중대상황인데도 거꾸로 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불행도 정치권과의 철저한 불통이 원인이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가 문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신임 국무위원 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낸다 해도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단 야3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점유한 데다 새누리당 역시 비박계의 목소리가 해체 수순에 접어든 친박계보다 더 힘을 얻기 시작한 때문이다.

단순히 개각이 국회에서 수용되느냐의 문제를 넘어 이번 개각은 한껏 성난 벌집을 더욱 들쑤신 형국이 됐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벌써 ‘탄핵·하야’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이 국면을 인사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분노는 국민에게 더 큰 탄핵, 하야, 촛불을 유발하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며 “이것은 정국수습이 아니라 정국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길이기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원점에서 생각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큰일이다. 남은 임기 1년4개월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침몰하는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