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퇴진일정을 소상히 밝혀야
박 대통령, 퇴진일정을 소상히 밝혀야
  • 승인 2016.11.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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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또다시 소용돌이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큰 틀에서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27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모든 정치 일정을 국회에 맡길 것’임을 천명했다. ‘절차와 일정 밝혀 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임도 분명히 했다. 즉시 하야가 아닌 점이 주목된다. 이로써 또다시 소용돌이치게 됐다. 탄핵-특검-국정조사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쪽에서는 이 시기에 하야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하지만 비박계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며 고개를 갸웃둥하고 있다. 국회 퇴진논의가 잘 될지 모르겠다며 우려하는 표정이다.

야권 쪽은 심각하다. 탄핵과 특검, 국정조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힘 빼기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명백하게 밝혀야 할 ‘퇴진 일정’을 왜 정치권에게 넘기는가.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 오면서 일어날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25일간의 장고 끝에 내놓은 담화가 고도의 정치 술수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당장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참여도가 뚝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비박계 40여명의 동요가 염려된다. 탄핵에 서명했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한 마당에 굳이 탄핵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탄핵은 도루묵이 돌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점을 노리고 “큰 틀에서 내려놓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퇴진 일정 협의도 난제 중의 난제다. 새누리당 친박-비박간의 뜻이 다르고 야 3당간에도 의견일치가 어렵다. 시일만 끌 우려가 짙다. 그동안 대통령은 내려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이 국정을 수행하게 된다. 바로 꿰뚫어 본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친박 쪽에서 만세를 부를 일이다.

따라서 해법은 박 대통령 측에서 소상한 퇴진 일정을 최단 시일안에 내놓아 정치권의 쓸데없는 분파작용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200만 촛불에 담긴 민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바람이 불면 꺼질 촛불도 아니고 눈비가 내리면 흩어질 인파도 아니다. 민심을 얕보고 쉽게 이해득실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속성을 이용해 현재의 위기를 넘기려고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공익을 위해 살았다면 마지막을 깨끗이 정리해 국가와 국민을 도탄에서 구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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