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머리손질과 세월호 속의 아이들
대통령 머리손질과 세월호 속의 아이들
  • 승인 2016.12.0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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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속에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갇혀 있던 시간에 박근혜 대통령은 전속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손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오전 11시23분쯤 ‘315명의 미구조 인원들이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고, 헬기를 이용하면 즉각 당도할 수 있는 거리임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그다음에 한 일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전속미용사 정모씨를 불러 90분에 걸쳐 한 머리손질이다. 이런 보도가 나가가 청와대는 전속 미용사가 오후 3시20분쯤부터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물렀으나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20여분이라고 해명했다. 20분이나 90분이나 오십보백보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가. 1분 1초를 다퉈 물속 배안에 갇힌 수백명의 아이들을 구하는데 매달려야 정상이 아닌가. 죽어가는 어린 생명보다 자신의 머리 모양을 더 중시했다면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 없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말이 된다.

박대통령은,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1시간 뒤인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민방위복을 차려입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잠꼬대 같은 엉뚱한 말을 한 것이다.

청와대의 거짓말이 당일 머리 손질과 관련해 들통났다.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지난 5일 국회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참사 당일 외부에서 (청와대로) 들어온 인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용실 원장 정씨의 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거짓말이 밝혀진 것이다.

청와대의 거짓말이 밝혀진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태반주사와 백옥, 감초주사에 대한 의혹이 그것이다. 당초 “직원들 건강관리용”이라고 해명했었으나 청와대 의무실장이 지난 5일 국회 국정조사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대통령에게 사용됐다”고 시인해 역시 거짓임이 밝혀졌다.

머리손질 못잖게 ‘7시간 의혹’이 남아 있다. 도대체 ‘7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청와대는 완강하게 비켜 가려하고 있는가. 당초 대수롭잖은 일로 넘길 수도 있었으나 이제는 국민적 의혹으로 증폭돼 소상하게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정조사와 특검은 그 일을 수행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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