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니, 끝내 불복하는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니, 끝내 불복하는가
  • 승인 2017.03.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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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저녁 민간인 신분으로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택 앞에 기다리고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 지지자들과 환하게 웃으며 밝은 얼굴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일일이 악수하고 담소를 나눴다. 사죄나 반성의 숙연한 기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탄핵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한다거나 국민 통합을 당부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다만 과거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옥의원을 통한 메시지가 있었다. “이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헌재의 결정이 진실이 아니란 의미다. 사실상 파면 결정에 불복하고 앞으로 치열한 법적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고 태극기 집단을 부추겨 극렬한 집회를 부추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목선언’을 연상케 한다. ‘승복’ 대신 ‘대결’을 택한 것이다. 검찰수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4년간 대통령직에 있었던 그라면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마땅하다. 자신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면 삼성동 사저로 귀환하기 전에 진정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했어야 하지만 그 마저도 인색했다. 자신으로 인해 국정이 만신창이가 되고 헌정이 유린된 것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헌재 선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발표됐다. 불복은 겨우 10% 남짓했다. 그런 지지층을 선동해 어쩌겠다는 것인가. 적어도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식으로 헌재의 판결에 공공연히 불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를 내란상태로 몰아가겠다는 말인가. 탄핵불복 운동 와중에 아까운 인명이 3명이나 희생된데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일말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 개표 논란을 놓고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한 말을 본받기 바란다. 자신의 승리를 주장할 수 있었음에도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동의하지 않지만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을. 두 쪽으로 쪼개질 뻔한 미국을 하나로 뭉친 고어의 겸허한 자세를 박 전 대통령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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