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매장문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전통 매장문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 승인 2017.06.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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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음력 윤달을 앞두고 벌써부터 화장시설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윤달에는 손을 타지 않는다는 속설에 따라 묘지를 개장해 화장한 뒤 납골당 등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을 하려는 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화장시설 중에는 윤달이 시작되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3일까지는 예약이 마감된 곳도 많다고 한다. 우리의 고유한 전통 장묘문화가 확실히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우리의 전통적인 장묘문화에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묘지 1기의 평균 면적이 주택의 평균 면적보다 3∼4배 크고 묘지가 전국토의 1%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묘지의 면적이 국토 가용 면적의 5%를 상회했으며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전체의 묘지 중 40% 정도는 연고자가 없는 무연고 묘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묘지공간이 매년 이렇게 늘어나다 보니 앞으로 쓸 묘지공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묘지조성으로 인한 산림 등 환경피해는 두말 할 것도 없다. 또 명절 때마다 성묘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홍역을 치러야 한다. 매장문화를 갖고서는 살아서는 주택난, 죽어서는 묘지난을 피할 수 없고 자손들은 교통대란을 겪어야 한다. 더욱이 출생률 감소로 자손들이 줄어들어 벌초하기도 벅차 돌보지 않는 묘지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화장문화가 자리 잡아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이 없다. 일본은 화장시설도 첨단화 돼 무연·무취에다 분진도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시설이다. 그래서 주택가 한 복판에 위치한 화장장도 없지 않다. 미국의 경우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존 케네디 전 대통령의 묘지는 추모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면적은 20평 정도이다. 법령상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묘지 넓이가 80평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6.6%가 묘지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을 선호하는 비율도 80%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화장장이나 납골당 등의 장묘시설이 자기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비율은 절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역설적이다. 지나치게 넓은 면적을 허용하는 현행 장묘와 관련된 법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장묘혁명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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