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중소기업인에게 호통 칠 일인가
국정기획위, 중소기업인에게 호통 칠 일인가
  • 승인 2017.06.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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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중소기업대표들을 처음 만난 자리의 분위기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화와 토론방식이 아니라 귀 막고 면박 주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한 달 만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좁은 판로, 부족한 일손 등 온갖 어려움에 시달려온 중소기업 대표들로서는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려가 크다”며 “주당 근로시간을 줄이면 약 27만명이 추가로 필요한데 대책은 무엇이냐”고 국정기획위에 물었다. 금형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더 채용하지 않고 버티면 되지만 근로시간을 줄이면 납품량을 감당할 수 없어 금형업체 수천 곳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45분간의 간담회 내내 중소기업이 처한 딱한 현실을 읍소하는 건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중소기업의 건의사항이 쏟아지자 국정기획위가 발끈한 것이다. “어렵다는 말만 할 게 아니라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이야기를 해 달라”“이 정도는 갈 수 있다는 말이 없다”며 호통을 친 것이다. 핵심 쟁점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인데 해법은 커녕 이행하기 어려운 점만 나열하지 짜증이 폭발한 것이다. “대통령께서 이렇게 신경 쓰는데 나름의 역할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러니 업계에서는 “애로사항 듣는다더니 선물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라며 불만이다. 전 정권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 나올법하다.

국정기획위의 조급증이 문제다. 향후 5년간 정책을 제대로 세우려면 중소기업 애로사항부터 알아야 한다. 중소기업은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면서 고용인력의 약 80%를 떠안고 있는 경제 중추이므로 경총보다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활동이 왕성해지면 일자리는 저절로 만들어진다. 현장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세세히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가능한 일이다.

국정기획위가 중소기업의 탄원을 경청하기는커녕 ‘일자리를 어찌 만들지를 생각하라’고 호통을 친 것은 잘못이다. 자칫 문 닫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인에게 호통친다고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는 없다. 박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우리 경제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와 내수침체, 대·중소기업 양극화, 저성장구조 등 산적한 문제들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노동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일자리정책도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경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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