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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부채 전액 탕감과 도덕적해이 우려

기사전송 2017-07-30, 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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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기간 빚을 갚지 못하면서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빚을 전액 탕감해주기로 해 논란이 분분하다. 개인 회생을 지원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대부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장기·소액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8월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제도도 있는데 굳이 모럴해저드 병폐를 유발하면서 빚 탕감잔치를 벌여야 하느냐는 불만이 일고 있다.

대상은 대충 80만명에서 100만명 선이다. 문 대통령도 대선 때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장기 소액연체 채권(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을 소각해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부가 개인의 빚을 깎아주는 정책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이번 경우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원금의 일부를 깎고 이자를 탕감해 준 예는 있어도 원금과 이자를 100% 없애준 전례는 없다는 점에서 너무나 파격적이다.

또 탕감 범위도 너무 넓다.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기업은 물론 민간 대부업체까지 포함한다고 하니 이 역시 유례없는 일이다. 국민행복기금의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채권 연체자만 40만3000명, 전체 채권 규모는 1조9000억 원 정도이다.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15년 이상 연체자도 28만1,400명이다. 여기에 대부업체 장기연체 채권 2조원 가량이 포함된다. 전체 빚 탕감자의 수는 거의 100만명선에 육박한다.

문제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부채를 탕감해준 이후가 문제다. 수혜자들이 다시 빚의 늪에 빠진다면 부채탕감은 아무 의미가 없다. ‘버티면 결국 나라가 개인 빚을 갚아준다’는 도덕적 해이가 초래할 불길한 징조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역대 정부가 부채 탕감에 나선 탓으로 ‘이번 한 번 뿐’이라는 원칙은 이미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대선을 치르는 5년을 주기로 부채 탕감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빚은 안 갚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신용질서를 무너뜨리게 해서는 안 된다. 돌아보면 위기의 채무자가 도움을 받을 장치가 없지 않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이나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등 기존 지원제도를 활용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뼈를 깎는 자구책이 수반되듯이 개인 빚 탕감도 확실한 고통분담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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