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나오는 주한미군철수론 심상찮다
미국서 나오는 주한미군철수론 심상찮다
  • 승인 2017.08.20 09: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북 긴장이 한풀 꺾이면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부터 공개적으로 나온 건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배넌 스스로 “그런 거래는 요원할 것”이라 인정한 데다 그는 18일 자진해서 백악관을 떠났다. 하지만 강력한 트럼프 지지자란 점에서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배넌이 아니더라도 미국 조야에서 미군철수론이 일제히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의 거물 헨리 키신저도 북핵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맞교환 카드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제안했다. 미국 언론도 미·북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이슈화 가능성,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카드 활용 방안 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국 안보에 중요한 의제가 한국과 무관하게 불거지고 있는 것은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미군 철수론이 북핵 억제를 위한 미-중 간 거래 카드로 거론되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한반도 안보 현안에서 우리가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 현상의 가시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북핵 폐기가 아닌 동결 상태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우리에게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통일은커녕 우리가 북한의 ‘핵 인질’로 잡히는 셈이 된다. 일련의 협상이 한국을 우회한 채 미-북 간 거래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누구도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언론은 이 언급을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한다. 대북 빅딜론이 나오는 국면에서 한·미 동맹을 금 가게 해선 국가안보를 해치게 된다. 미·일 동맹은 탄탄해지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편에 서고 있는데 한국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내용과 구도가 예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단선적 사고로는 한반도 안보의 고차방정식을 풀 수 없다.

핵 동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 체결은 김정은의 노림수다. 한국이 소외된 채 빅딜론이 현실화되면 한반도 운명은 벼랑끝으로 밀려난다. 지금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해야 할 때이며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남북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야 논의될 성질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부와 미국의 소통을 빈틈없이 강화해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