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언제 ‘재난 후진국’에서 벗어나나
한국은 언제 ‘재난 후진국’에서 벗어나나
  • 승인 2018.01.28 10: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 밀양에서 26일 또 다시 대형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38명이 목숨을 잃고 180여명이 부상을 당한 대형 참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희생자를 애도했다.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로 29명이 숨진 지 불과 한 달여 만이고 정부가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불과 3일 만이다. 정부의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공약이 허망하게 들린다. 우리나라가 언제쯤 재난 후진국에서 벗어날지 요원하기만 하다.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에서 사상자가 많이 난 것은 피해자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중증환자였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침상에 결박돼 있었기 때문에 구조 활동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6명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목숨을 잃었는데 화재 발생 시 절대로 타서는 안 될 것이 엘리베이터이다. 특히 이번 화재처럼 유독가스가 발생했을 경우 엘리베이터는 ‘굴뚝 효과’를 내 가스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화재 전문가들은 이번 밀양 화재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판박이라고 말한다. 우선 화재의 초기 진화를 실패한 점이다. 두 곳 모두 직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하다가 119 신고가 지연됐고 결국은 피해가 더 커진 것이다. 두 사건 모두가 화재에 취약한 내장재를 사용한 것도 판박이이다. 밀양 세종병원도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했고 이것이 스티로폼 등과 합쳐 유독가스를 발생한 것으로 지적된다.

진화장치인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은 점도 같다. 제천의 경우는 건물 관리인이 스프링클러를 잠가놓았고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의 의무설치 대상 건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스프링클러가 작동 안 돼 화재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진 것이다. 세종병원 내부에 쌓아놓은 의료용 비닐이나 가제 등이 불길을 키운 점도 제천 화재 때 목욕용품 등이 불길을 키운 것과 비슷하다. 제천 화재 이후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예기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긴급대책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참담하고 송구’하다는 말도 했다. 모든 것이 제천 참사 때와 같다. 그런 가운데 대형화재는 계속 발생한다. 개미 쳇바퀴 도는 식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언제쯤이 되면 화재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날 것인가. 우리도 이제 화재 처리나 수습보다는 화재를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방화시설을 강화하는 등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