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청와대 의욕이 너무 앞서고 있다
개헌, 청와대 의욕이 너무 앞서고 있다
  • 승인 2018.03.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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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헌법 전문과 기본권의 개정방향을 공개하자 헌법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됐다. 조국 민정수석이 발표한 헌법 전문에는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 3가지 민주화 운동의 이념이 담겼다. 국민발안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신설 등 국민주권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사흘에 걸쳐 헌법기관의 권한과 관련된 사항을 사흘에 걸쳐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면 26일에는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공식 발의할 예정이다.

발표에 따르면 현행 헌법에 포함된 3·1운동, 임시정부 법통, 4·19혁명에 외에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 등을 모두 헌법 전문(前文)에 명시했다. 과욕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헌법전문에 시민항쟁을 모조리 나열한 것이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는 않았는가. 진보적 성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현행 헌법의 전문은 개정할 필요 없이 충분히 좋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눈여겨볼 대목도 적지않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조항 삭제는 자못 충격적이다. 국회의 사법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경천동지할 내용이다. 권리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일대 혁신이 기대된다. 기본권 보장 대상을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것은 외국인 200만명 시대에 적절한 변화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개헌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헛일이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면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명분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개헌은 완전히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국가 미래를 바라본다면 개정헌법을 쪼개 발표하고 대통령이 해외에서 전자결재하는 방식은 정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악수(惡手)다. 국익을 위한다면 야당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의 대국민 여론전은 국민적 지지를 얻을지는 몰라도 개헌 추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가 개헌안 발표를 밀어붙이자 야 4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모처럼 회동한 여야 3당 원내지도부도 개헌의 시기와 방향을 놓고 고성만 난무했다. 분명한 것은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작업은 진척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개헌안은 대통령보다는 정치권에서 주도하는 것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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