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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대구 북구 주민참여예산제 뚜껑 열어보니…

기사전송 2015-10-18, 21: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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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석(사회부)
김정석(사회부)
“자연산 돌돔을 선물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매운탕을 해먹었습니다.”

몇 해 전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공분 아닌 공분을 샀다. 그 귀하다는 자연산 돌돔을 통째 매운탕을 해먹었다는 이야기에 네티즌들은 ‘㎏당 10만원을 호가하는 걸 매운탕 해먹으면 고추장 맛밖에 더 나느냐’며 타박했다.

자연산 돌돔은 바다 깊은 곳에서 생활하는 데다 힘이 워낙 좋아 어지간한 낚싯대로는 구경도 못하고 대를 부러뜨리고 만다. 전문낚시꾼들도 하루 한 마리 낚기 쉽지 않은 자연산 돌돔도 진가를 모르는 이에겐 매운탕 재료밖에 되지 않는다.

16일 대구 북구청에서 열린 주민참여예산위원회도 딱 자연산 돌돔을 매운탕 해먹은 꼴이었다.

그간 관 주도였던 예산 편성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지역에서 처음 주어졌는데, 나온 제안사업들 태반이 도로 포장, CCTV 설치, 화단 조성 등 시설 개·보수 사업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제안한 45건 7억5천910만원의 사업에서 투표를 통해 동별 3천만원, 총 예산 5억원 안으로 시행할 사업을 결정했는데, 절반 이상이 도로 정비 관련 사업이었다. 이밖에도 홍보게시판 설치, 하수도 집수정 보수, 쓰레기 투기지역 화단 조성, CCTV 설치 등 민원성 사업이 다수를 이뤘다.

동별 제안사업 설명 시간에 “우리 동은 사업 비용이 적으니 잘 부탁드린다”는 위원의 말이나, 제안사업을 4~5개씩 내놓은 동에 “예산 따기 싫은가 보네”라고 핀잔을 주는 위원의 말 등은 이 자리가 ‘예산 갈라먹기’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걸 자인하는 꼴이었다.

앞선 형태의 주민참여예산제도 조례를 마련하고, 주민참여예산위를 대구에서 가장 처음 구성했던 북구에 대한 기대감 또한 실망감이 돼 돌아왔다. 지역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첫 시험대가 민원게시판에서나 볼 만한 사업들로 난장판이 된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지자체에 주어진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쉽게 얻은 것 처럼 보이지만 20년 전 지방자치제도가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지, 군사독재정권이 30년간 지방자치를 어떻게 탄압했는지를 따져볼 때 소중하고 귀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자연산 돌돔을 바다에서 건지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노력과 희생이 따른 뒤 얻어낸 이 제도를 ‘지방자치의 맹아’로 불러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위원들은 각 동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구청 역시 관할기관으로서 위원들이 보다 나은 사업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교육을 거듭해야 한다. 뻔한 결론이지만, 지난 1년간 이뤄지지 못했다.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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