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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기사전송 2016-10-12, 22: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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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지 사회부
케케묵은 도덕 타령을 해야겠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최근 대구 달서구의회를 취재하면서 맴도는 물음이다.

시민에게 물대포를 쏴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불법 집회 진압 목적에 따른 부수 결과쯤으로 취급하며 사과조차 않는 나라에서 이런 발상이 순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농민 백남기의 죽음이 가진 사회적 무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앞서 물음을 가지게 된 달서구의회 이야기를 마지막(이길 바라며)으로 해야겠다.

“자녀 케어 차원의 순수한 뜻으로 전학한 것이다.” 지난 6일 달서구의회 본회의에서 자녀 위장전입 사실을 질타받은 허시영 구의원이 신상발언한 내용이다.

허 구의원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 불안증세 완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환경전학이라는 제도를 몰라 무지에 따른 실수”임을 강조했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는 주변 여론도 많다.

하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허 구의원의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 순수한 목적이라면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일을 해도 면죄부를 가질 수 있는 것인가.

그는 신상발언 말미에 “내가 의원이기 때문에 사사롭게 이뤄질 수 있는 그런 부분도 가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이자 상처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고위 관료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단골 메뉴가 되다보니 이 정도 위장전입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주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는 구의원이 교사인 엄마가 있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위장전입을 위해 단기라도 원룸을 임대할 수 있는 것도 주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지도 궁금하다.

허 구의원은 2년 전 공무원의 정강이를 걷어찬 사건에 대해서도 비슷한 사고 흐름을 보여줬다. 그는 “당시 저녁을 먹은 일부 의원들과 직원들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숙소로 귀환해 운영위원장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했다”며 “옆자리에 전문위원이 있는지 모르고 폭행 의사 없이 이뤄졌던 발길질이었다”고 해명했다.

발길질을 얼마나 격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따로 행동한 동료 의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허공이든 정강이든)발길질을 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폭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이 목적을 위해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11일 달서구의회는 허시영 구의원 징계안을 부결시켰다. 형식적 징계는 없지만 “스스로 자성”키로 한 만큼 목적을 위해 잘못된 수단을 정당화시킨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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