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파장의 중심에는 대구국세청이 있었다. 먼저 그림로비설을 폭로한 서울 모 갤러리 대표의 남편은 A모 전 대구청장(현 서울청 국장)이다. A 전 청장은 노무현 전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던 국세청 내 실세중의 한 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 정권 들어 강한 인사 불만 때문에 이번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25일 경주골프모임 역시 한 전 청장과 이 대통령 주변인물들이 함께 어울렸는데 이 자리에는 현 국세청 조사국장인 채경수 전 대구청장과 S·K·L 3명의 전·현직 세무서장들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전 청장 등 일부 일행은 대구로 올라와 이 대통령의 친인척 등과 저녁식사 및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한 전 청장이 `충성을 맹세했다’는 소문이 불거지는 등 인사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돼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것이 이번 파문의 전모다.
이 때문에 결국 한 전 청장은 사퇴했고, 지난해 국세행정 종합 신뢰도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대구국세청의 영예는 크게 퇴색됐다. 또 국세청은 언론의 따가운 질책과 국민들로부터 커다란 불신감을 불러왔고, 직원들은 역대 청장들의 잇단 불미스런 사고로 큰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이와 함께 20일 단행된 국세청 인사에서 그림로비설의 주동자로 지목된 A 전 청장은 대기발령을 받았고, 대구국세청 조사1국장 1순위로 거론되던 한 세무서장은 경주골프모임에 동석했던 문제로 좌천 성 인사를 당하는 등 문책성 인사가 실시됐다.
기자가 얼마 전 만난 대구지역의 한 일선세무서장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하위직원들의 경우 투명하고 깨끗한 세무행정에 자부심을 갖고, 대형승용차로 다닐 만큼 떳떳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고위 간부직원들의 잇단 악재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론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이 절실히 여겨지는 대목이다. 국세청, 특히 간부직원들은 떳떳한 모습으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하위직원들에게는 물론 세무행정을 맡기고 있는 납세자들에게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이다.
경제부 강선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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