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 한 톨의 생명력을 지닌 조선 민족
볍씨 한 톨의 생명력을 지닌 조선 민족
  • 승인 2016.04.1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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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작가회의 공동의장·시인
며칠 전 중국 조선족 동포 집단구역으로 알려진 서울 대림동 일대를 다녀왔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 동포가 200만명 정도라 한다.

그런 만큼 대림동 역시 만주땅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 조선족 동포들의 상가가 즐비해 있었다. 간판이 그 지역사회의 문화를 잘 말해주듯이 만주땅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그대로였다. 문제는 한국에 와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어떠한가이다.

만주땅에서는 고대국가 금와왕의 동부여 도읍이기도 하며 어머니 유화부인과 22세까지 살다가 탈출해 남하했다는 주몽이 태어나 자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역사적 배경을 지닌 길림의 조선족문화관과 그곳에서 조선어로 출판되는 ‘도라지’ 문예잡지사에서 한국에 와 체류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의 미래와 전망에 대한 세미나를 대림동 구로도서관에서 개최했던 것이다.

그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했는데 중국 만주땅을 한국시인으로서는 누구보다도 익숙한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기에 부탁해 왔기 때문이다.

먼저 가슴이 찡했는데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도 환영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었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타향이 아니라 고국을 찾아왔는데 타향에서 떠도는 쓸쓸한 삶 다름 아니니 말이다.

그들은 우리 한국인과 전혀 문화가 다르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인인 우리들과 문화가 다르다는 말은 역사와 교육을 달리했다는 말이 되는데 한중수교 이전에는 중국인으로서 중국의 역사를 배우며 문자는 한글로 소통이 되는 북한의 문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서 출발한 것이다.

우리도 한·중수교 전에는 중국이라 부르지 않고 중공이라 불렀던 만큼 중공군이라면 치가 떨리도록 적대국이었다.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괴뢰군을 도와 중공군 50만명이 쳐들어 와 한반도가 통일되지 못하고 남북분단이라는 멍에를 안겨주지 않았던가.

그러나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기에 자꾸 뒤돌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보면, 어쨌든 적국도 우방국이 되고 적국에 살아가는 동포도 한 민족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일이며 그들의 아픔이 곧 우리의 아픔이 된 것이다.

이날 길림조선족문화관에서 와서 개최한 중한국제문화예술세미나의 취지는 재한 조선족들, 특히 문화예술인들의 한국에서의 미래와 전망을 진단해 보는 성격이었다.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 나는 ‘조선민족의 노래’ 라는 서시를 낭독했는데 아주 반응이 뜨거웠다.

잠깐 ‘조선민족의 노래’ 내용을 보면, 조선민족은 어떤 민족인가에 대해 정의를 내리듯 표현했는데 변함없는 백두산 장백폭포와 백도라지꽃과 질경이 같은 질긴 생명력을 지닌 민족이라 했으며, 머리채 뒤로 묶은 조선여인을 내 어머니며 누이라 했다.

그리고 유구한 한민족의 숨결은 끊임없이 흐르는 만주땅의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 해란강 목단강 흑룡강에 비유했는데, 이렇듯 조선족여인이 모태가 되어 만주땅에서 조선민족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그 조선족여인의 등에 업힌 아기들이 옥수수가 푸른 의상을 바람에 날리며 단단한 옥수수알 품에 안고 익어가듯 먼먼 내일을 기약하는 조선민족의 아들 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달을 머리에 인 女人’과 ‘해를 머리엔 인 男子’가 등장하는데 즉 우리 민족 오천년 역사에 찬란히 빛나는 저 대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고구려인의 상징이며 조선민족의 상징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조선민족은 고구려의 후예인 동시에 단군의 자손이며 ‘달을 머리에 인 女人’이 우리의 어머니의 어머니이며 ‘해를 머리엔 인 男子’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로 자자손손 이어온 민족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세발까마귀 하늘을 빙빙 돌며 찾고 있는 것은 / 江南제비 물고 온 볍씨 한 톨’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세발까마귀는 고구려인의 혼으로 볍씨는 조선족들이 만주땅에서 맨 먼저 벼농사를 경작했음을 의미하는데, 만주땅에서의 벼농사는 조선족의 긍지이면서 자랑이라 할 수 있는 과거 농경사회에서의 대단한 사건이었다.

이렇게 조선민족의 역사는 볍씨 한 톨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 생명의 씨앗이 볍씨 한 톨이라면 틀린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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