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은 지금 은인자중하고 있는가?
친박은 지금 은인자중하고 있는가?
  • 승인 2016.05.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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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일여다야(一與多野)구도의 20대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새누리당이 과반의석도 확보하지 못하고 원내2당으로 추락한 직접요인은 누가 뭐래도 무리한 친박심기를 자행한 친박계의 공천파동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박대통령은 ‘나는 친박을 만든 적이 없다’며 총선패배의 책임을 회피했고 청와대역시 ‘더 이상 박대통령을 팔지 마라’며 맞장구를 친 것은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며 정작 은인자중(隱忍自重)하고 있어야 할 당사자인 새누리당의 친박계가 또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어 과연 20대국회가 제대로 작동이 될는지 걱정이 앞선다.

친박핵심부가 자숙론을 내세우며 원내대표의 경선에 관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박근혜정부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친박계의 4선 유기준 의원이 좌장인 최경환 의원의 적극만류에도 불구하고 탈계파를 외치면서 출사표를 던졌으며 비박계에서는 나경원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가 등록을 하여 3파전을 치르게 되었다.

친박핵심부가 원내대표경선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은 총선참패에 따른 자숙 외에도 그간 꾸준히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주장해온 비박계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휴전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으나 이에 반대하는 또 다른 친박계의 반란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친박계의 자숙론을 비박과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데 있으며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책임회피, 원유철 원내대표주도의 비대위구성 좌절, 친박수장인 서청원 의원의 국회의장추대설과 친박수뇌부의 ‘비박 원내대표·친박 당대표’ 시나리오의 유출 등 최근 친박계가 보여준 일련의 사태가 청와대교감설과 맞물리면서 신뢰회복이 결코 쉽지 않다는데 있다.

새누리당의 최대계파이긴 하나 사면초가에 몰린 친박들이 다가올 20대여소야대국회에 대한 대응책수립은 고사하고 이미 썩은 새끼줄이 돼버린 권력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착하다 보니 그렇게 당하고서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의견을 달리하는 계파가 있을 수 있고 한 가정에서도 아빠 편과 엄마 편이 있으며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에도 여러 종파들이 있으나 수천 년을 이어오면서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보편타당성이 있는 규범을 통해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평범한 진리를 외면하고 개인이나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친박과 비박이 적진 앞에서 불협화음을 낸다면 새누리당은 20대국회에서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입법권, 예산권을 몽땅 야당에게 빼앗길 위험을 감수해야 될 것이며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에 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된 발언일 뿐이다.

친박이 살아남고 박대통령의 퇴임 후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친박이 당직이나 국회직을 차지해야한다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당직과 국회직은 물론 당과 국회의 운영권을 모두 비박에게 넘겨주어 두 야당과 협치토록 하고 소설 같은 반기문대망론에 함몰되지 말고 빨리 참신한 무공해대선주자를 발굴하여 갈고 닦아 개혁보수정권을 창출해야 한다.

창당한지 석 달도 안 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차기대선주자지지율 1위에 오른 것을 보면 우리국민들이 얼마나 기존정치권을 불신하고 새로운 인물에 목말라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만에 하나 친박의 이번 원내대표경선포기가 차기당권을 노린 정지작업이라면 이제 친박과 새누리당은 친정도 시집도 하직하고 청문회에 나갈 준비나 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이번 원내대표경선에 나선 여야의 면면을 보면 이제 계파색을 지우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고 더 이상 계파타령을 하다가는 패가망신하게 되어있다.

20대 총선에서 진박깃발로 대구에서 홍역을 치룬 초선의원들은 못난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말고 정치의 최고가치인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하면 차기에는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나와도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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