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 ‘난장’ 음악회
방천 ‘난장’ 음악회
  • 승인 2016.05.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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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학교 교수
지난 주말, 방천시장 한 갤러리에서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방천 난장 음악회’다. 난장이란 질서가 없는, 자유로움을 가리키는 말이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과 전공하지 않은 사람, 연주자와 손님, 여성과 남성, 나이 든 이와 젊은이, 클래식과 팝이 뒤죽박죽 어우러진 자유로운 음악회라는 뜻에서 장소이름 그대로, 우리는 그것을 ‘난장’ 음악회라 불렀다.

피아노, 성악 전공자와 피아노, 성악 비전공자들이 함께 제1부를 만들었고, 제2부는 대학생,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청년밴드들이 참여하여 세대 간의 교류, 클래식과 팝, 조용한 음악과 볼륨음악과의 상호교류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제3부는 청중들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공연을 만들었다. 주제, 주체가 다양한 융합을 이루는 음악회였다.

이 음악회는 필자가 대표로 있는 시민단체, 대구경북여성사회교육원이 주최하였다. 이 단체는 그 동안 ‘여성들이 지역사회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역량강화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음악회를 추진하였다. 음악회에 필요한 일들은 회원들이 나서서 아름 아름으로 재능기부를 하였다. ‘방천난장’이란 공연장소도 이런 뜻에 공감한 주인이 제공해 준 것이었다.

우리는 많은 청중들이 오지 않더라도, 회원들끼리 즐겁게 어울리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자신들의 욕망을 표현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음악회는 청중들로 가득 찼다. 대 성황이었다. 50명이 앉도록 준비된 의자가 모자라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즐거웠던 것은 물론이다. 피아니스트들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들을 선정하였다.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곡들을 들어보지 못한 부분들과 함께 연주하였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곡들은 쉬운듯하면서도 전문적인 부분들과 어우러졌고, 어려운가 하면 다시 변주곡으로 연결되어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연주하였다. 피아노 비전공자의 연주는 전공자들의 세련된 연주와 피아니스트 둘이서 치는 연탄곡의 웅장함에 눌려서 위축되는 듯 당황함이 역력하였으나 곧 바로 호흡을 되찾아 역량을 발휘하였고, 그 용기덕분에 청중들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이제는 어린이집 교사로서 동요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분도 있었고,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짬짬이 틈을 내어 저녁에 평생교육원에서 노래공부를 하고 있는 열정적 아마추어도 있었다. 현직 교수로서 자신이 하고 싶던 노래를 더 늦기 전에 시도함으로써 어릴 적 꿈을 가꾸어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청년밴드들의 공연은 역시 청년다운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전체 분위기를 화끈하게 띄워주는 역할을 하였다. 지나가던 청소년, 젊은이들이 연주소리를 듣고 호기심으로 함께 동참하기도 했다. 제도권교육을 비꼬는 내용,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 억압의 시대를 바꾸어 나가자는 가사, 꿈 많은 예술가였지만, 지금은 치킨 배달하는 아저씨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곡들까지, 마치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듯 몰입하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하였다

우리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제3부였다.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공연이 있었다. 50대 여성들이 여고생 교복을 입고 신나게 10대 청소년들처럼 춤을 추어 흥을 돋우었고, 뒤이어서 청년들이 노래와 기타 연주로 가세했다. 그리고 참가자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음악회는 막을 내렸다.

‘난장’ 음악회는 예상치 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 음악회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이 음악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무대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까이에 있다고 느꼈다. 나이와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일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체념하지 않고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 그런 의미들을 확인했다.

자신 속에 있는 욕망을 가두어 두지 않고 시도하는 일, 그리고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 그런 것들이 이 어울림 음악회에서 얻은 값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같이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음악회들이 우리 지역사회에 ‘난장’처럼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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