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차기집권을 포기했는가?
새누리당은 차기집권을 포기했는가?
  • 승인 2016.05.17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호정 소설가
새누리당은 4·13총선에서 참패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9일 국회에서 20대 총선당선자총회를 개최하고 당의 지도부역할을 담당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여 늦어도 오는 7월까지는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대선을 준비할 당대표와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초선당선자와 4선이상의 중진회의를 연이어 개최하여 의견조율을 한 뒤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구성을 매듭짓기로 했으며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탈당무소속당선자들의 복당은 20대 국회 구성협상 전에는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는 비대위구성자체에 대한 찬반여부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비대위냐 당의 쇄신을 주도하는 혁신용비대위냐 및 전당대회개최시기를 7월로 하느냐 8, 9월로 연기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으나 7월 전당대회 및 별도비대위구성과 비대위원장의 외부영입에 합의를 봤으며 비대위의 관리형이냐 혁신형이냐는 더 논의해보기로 했다.

어느 친박의원은 ‘전당대회에서 1위를 한 사람이 당대표가 되고 2위에서 5위까지와 지명직 2명,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9명의 최고위원회가 구성되어 당대표가 9표 중 1표의 권한뿐이다 보니 반대표최고위원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아 국민들에게 싸우는 모습만 보여 왔기 때문에 현행집단지도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비박의원도 ‘최고위원수를 줄이고 각 정파의 수장이 참여하는 정예최고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면서 ‘당대표의 권한강화와 계파수장간의 합의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며 수도권의 초선은 공천파동당사자들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당선자총회에는 122명의 당선자 중 39명이 불참했고 회의도중에 자리를 뜬 사람과 졸고 있는 사람도 많았으며 당의 쇄신과 장래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았고 총선참패 후의 첫 모임인데도 비장한 각오 등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를 초청하여 ‘새누리당에 바란다’는 강의를 한 것이며 김 교수는 유승민 의원 얘기부터 꺼내 ‘유승민 의원이 세금을 걷지 않고는 복지하기 힘들다고 했다’며 이에 대해 당내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넘어갔다’며 이것이 과연 합당하냐고 꼬집었다.

또 반기문 대망론과 친박총리의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반기문과 친박이라는 특정인을 설정한 재집권 시나리오는 있을 수 없다’고 했으며 20대 총선공천문제에 대해서도 ‘이는 국민을 위한 공천이 아닌 친박과 친노의 세력재편을 위한 공천이었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총선참패 후 한 달 동안 새누리당이 한 일이라고는 원내대표 선출과 친박일색의 원내부대표진 구성뿐이었고 비대위원장의 외부영입이라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겸임하고 혁신위원장만 외부 영입키로 했으나 이 또한 비박계의 김용태 의원으로 결정되었다.

그나마 더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초선의원들에게 ‘누구사람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하라’ 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도 ‘계파문전을 기웃거리지 마라’ 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대표는 ‘공부하고 일하며 밥값하는 국회가 되자’고 했으나 새누리당은 초선의원 45명에게 골수친박인 이정현 의원이 특강을 하기로 했다니 새누리당의 장래는 백약이 무효일 뿐이다.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인명진 목사는 ‘새누리당은 지금 응급실에 들어간 상황’이라 했고 새누리당의 원로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초선의원은 다선의원에게 순종하지 마라’ 했으며 종편방송의 토론자들도 ‘현재 상황이 노무현정권의 말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박대통령이 아직도 친박해산을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비박성향의 김용태 의원의 혁신안이 비대위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고 정당의 중대사가 꼭 공식회의에서 결정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큰 물줄기는 의원총회에서 잡아 주어야하며 준비되지 않은 정당에서 준비되지 않은 대선후보가 나와 필패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