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일상행위와 다른 점
문학이 일상행위와 다른 점
  • 승인 2016.05.2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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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작가회의 공동의장·시인
만주기행을 함께 다녀 온 바 있는 한 여성이 내게 이렇게 말 한 적 있다. 친구들이 ‘시를 무엇 하러 쓰느냐’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즉 그런 쓸데없는 짓거리를 왜 하느냐는 것일 게다.

그러면 시를 쓰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을 하며 사느냐가 되는데 직장에 나간다든지 시간 나면 등산을 한다든지 여행을 간다든지 영화를 본다든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고작인데 누구나 하는 일 아닌가 반문해 본다.

내가 보기에 이렇게 정신이 텅 비어 있는 사람이 이 시대에 아주 많은 것으로 안다. 물론 자유민주주주의 나라에서 누가 강요하기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기며 살아가면 된다. 누구도 삿대질 할 이유 없고 핀잔 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시를 쓴다거나 문학을 하면 밥 빌어 먹을 짓을 골라 한다든지 그런 골치 아프고 돈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고 궁시렁거리기 일쑤이니까 말인데 이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문학행위를 무용론으로 끌고 가면 김소월이라는 시인이 있었겠는가, 나아가 고흐나 쇼팽, 베토벤, 세익스피어, 톨스토이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나 문호들이 생겨났겠는가 말이다.

독일의 괴테기념관에 가면 괴테가 글을 쓰며 꼈던 안경과 만년필까지도 챙겨서 전시해 놓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우리의 실정 같으면 어떻겠는가. 지저분하다고 구질구질하다고 아예 대청소하듯 다 버렸을 일 아닌가.

고구려와 백제를 쓰러뜨리고 영토를 많이 차지한 통일신라가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왜 하필이면 토함산 정상에 많은 인력을 들여 석굴암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가. 추사 김정희가 높은 벼슬이나 하며 자식들 잘 키우며 안락하게 살다 눈 감으면 될 일이지 애써 세한도를 그린 것이 후대에게까지 감동의 작품으로 남겨지게 한단 말인가. 그것도 아무런 보상도 없이 말이다. 보상이 없는 것은 김소월도 마찬가지지만.

김소월이 애써 쓴 주옥같은 시들은 그 시대에는 돈 받고 준 적 없고 시집 내어 팔아서 가계에 도움도 전혀 되지 못했는데 왜 시집을 내어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전국민에게 감동을 주는가 말이다. 조용필이나 김연아처럼 돈방석에 앉아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고향에서 선산이나 돌보며 자식 잘 키우며 등 따시고 배 부르게 살면 될 일이지 독립운동가들이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해 왜 그 추운 만주벌판으로 우우 몰려가 항일독립운동하며 다들 쓸쓸한 최후를 맞았는가 말이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문학은 예술은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또 독립운동가들처럼 당장의 보상을 받으려 하는 행위가 아니다.

즐겨 노래를 부른다거나 악기를 다룬다거나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사진촬영을 한다거나 낚시를 등산을 즐긴다는 것은 개인취미인 것이다. 퍽 개인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진정성 있게 예술행위를 하다 보면 개인적인 취미를 넘어서서 공적인 삶으로 가는 것이기에 시를 쓰는 일 역시 다른 일상의 행위와 다른 점은 베토벤이나 고흐 같은 행위의 삶과 같다고 보면 옳을 것이다. 이런 일을 가지고 ‘시를 무엇 하러 쓰느냐’는 말이 되는가.

이 사회나 국가, 민족 나아가서는 세계 인류에게 남겨 줄 행위가 아니라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아간다? 삶이 무의미하지 않는가. 아무리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군림하고 대학교수나 의사, 장관이 되어 순간적으로는 잘나 보이겠지만 그 자리와 위치에서 밀려 나오면 남는게 무엇 있는가. 자신의 이름으로 순간 남는 것은 금전이나 재산이겠지. 그 금전이나 재산은 오래 가지 못하고 자식이나 타인의 명의로 전도 되겠지. 그러나 김소월이나 추사 김정희 같은 예술가의 작품은 전도되지 않고 남아서 시대를 초월해 전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인생을 일장춘몽이라 하기도 하는데 일장춘몽을 여름날 베짱이처럼 시원한 그늘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바이올린 현이나 켜며 자신만 흥겨우면 된다는 삶의 방식으로 한 시절 지나가는 게 현명한 삶인가 말이다. 비쩍 마른 소크라테스가 안 되고 울안의 살찐 돼지가 되겠는가. 어느 시대를 살아가거나 간에 깨어있는 의식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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