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에 담았던 19세 소년의 꿈
컵라면에 담았던 19세 소년의 꿈
  • 승인 2016.06.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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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달 28일 구의역 고장 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러 혼자 선로에 내려갔다가 숨진 김 군의 가방에는 여러 공구들과 함께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 주인 잃은 컵라면과 그 옆에 놓인 숟가락과 나무젓가락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분노와 더불어 커다란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컵라면은 생존을 위한 가장 최소한의 음식이며, 혼자 빠른 시간 내에 배고픔을 해소하는 가장 외로운 음식이기도 하다. 숨진 자식의 가방 속에서 컵라면을 본 김 군의 어머니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자식이 하루 종일 일하느라 시간에 쫓기면서 저렇게 컵라면을 먹고 있었구나, 그런데 그것마저도 먹지 못하고”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멨을까? 게다가 다음 날이 김 군의 19세 생일날이었다고 하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습기간을 거쳐 이제 막 현장으로 투입된 지 4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라 그 안타까움이 더 말할 수가 없다. 김 군은 정규직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그리고 대학을 다니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144만원 월급 중 100만원을 떼 내어 등록금으로 저축을 하였다.

신원을 확인하러 간 김 군의 어머니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자식의 시신을 입은 옷으로 확인하였다고 한다. 서울메트로 직원이 처음엔 이 사고가 김 군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 김 군의 책임이라 했다니, 그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참으로 몹쓸 사회이다. 개인의 인권에 대한 존중도 가족들에 대한 배려도 연민도 없이 그저 자신들의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고, ‘피해자를 다시 비난하는’ 전형적인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였다.

사고가 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결국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은 채 현장으로 투입되는 이윤 쥐어짜는 비인간적 사회에 있으며, 그 이윤을 하청업체나 비정규직을 통해서 한 푼이라도 더 뽑아내려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있다. 2인1조라는 규칙은 유명무실하였고, 14명의 정비공들이 98개 역의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안전을 위한 수리작업에 비정규직 정비공들의 안전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우리사회의 기막힌 현실적 모순을 보여주었다.

1997년생, 그도 세월호에서 사라져간 우리아이들과 같은 해애 태어나서 그들보다 2년을 조금 더 살다 갔을 뿐이다. 우리사회에는 언제까지 이런 일들을 되풀이 할 것인가? 고도의 위험사회, 무책임사회, 불평등사회에서 우리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 대가를 치러야 할까?

안전은 공평한 사회수록, 민주주의가 발전된 나라일수록 더욱 잘 보장된다. 김 군의 소속업체가 2011년 처음 출발할 당시, 직원의 72%가 서울 메트로 출신이었고, 현재 이들 낙하산인사는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연봉은 5,100만원 가량으로 신규채용직원들과 비교하여 4,000만원가량을 더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으며 비정규직들은 위험한 현장에 투입된다. 또한 ‘최저가 낙찰’을 사고의 화근으로 지적하는데, 이는 부적격업체의의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바로 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연이어 일어난 남양주 지하철공사사고 현장에는 임금을 더 적게 주기 위해 무자격 용접공이 채용되었고, 위험한 작업은 하도급체에 떠넘기는 대기업들의 관행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강남역 조현병환자의 묻지마 “여성”살인, 새벽 등산길 60대남성의 “여성”살인, 공무원시험준비생의 비관투신자살과 지나가던 곡성 공무원의 죽음 등,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들이 우리를 몹시 불안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양극화와 비정규직, 그리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곳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는 어렵다. 안전은 바로 평등이고 사회정의이며,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실업과 비정규직을 줄이고,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할 때 안전은 더욱 잘 확보된다. 장애인을 차별하고 여성을 혐오하며, 노인과 아동을 학대하고 청년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곳에서 안전은 요원하다. 안전은 사회의 각 영역과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 다방면, 다차원에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기회평등과 사회정의가 우리사회에 더욱 뿌리를 내린다면, 안전은 그런 나무에서 하늘을 향해 더 싱싱하게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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