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부를 왜 하는가?
시 공부를 왜 하는가?
  • 승인 2016.06.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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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시인
시공부를 왜 하는가? 이에 대해 한번 말해 보고자 한다. 어떤 이는 시도 공부하는가. 시를 공부해서 쓰는가 라고 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모든 예술이 내공이라는 것을 필요로 하기에 내공이란 스스로 체득하기도 하지만 타의에 의해 체득되니까 말이다.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도자기를 빚을 때도 내공 이전에 먼저 요령을 필요로 한다. 요령을 알아야 그 분야의 기본질서가 확립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시를 공부하면 더 나은 보법이 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중견화가로부터 들은 말이다. 미술대학 대학원만 나오면 모두 화가라 한다. 자칭 화가라며 근사하게 작품전도 열면서 화가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화가로서 캠퍼스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마저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이라고 생산해 내어 화가로 지칭된다는 말인 것 같다. 나는 문학만 그런 줄 알았다.

어떻게 된 심판인지 쓰면 다 시이고 마구 등단하고 마구 시집을 출간하고 여기에 중국 조선족까지 한몫 더 거들어 한국에 와서 체류하면서 듣도 보지도 못한 지면으로 등단이란 렛델 달고 시인행세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를 쓰든 그림을 그리든 도자기를 빚든 검증이라는 절차가 있는데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히 물러터진 홍시처럼 쓸모없는 상품이 돼버리는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혀 검증되지 않는 작품으로 시인이 되고 전혀 검증되지 않은 시인이라는 렛델로 신문이나 잡지에 마구 시가 소개되고 버스정류장에도 붙여진다.

시의 생활화를 위한 보급이야 세상을 환기시키고 정서순환에 도움이 되겠지만 제대로 굽지 않은 생칼치가 비린내를 풍기듯 문장마저 제대로 정돈이 되지 않은 푸념의 문장이 시구절이 되어 풋내를 풍기는가 하면 존엄한 한글의 기본 철자법까지 틀리면서 버젓이 행인의 시선을 끌게 한다.

모든 예술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인지 모르나 너나 할 것 없이 자동차를 구입해 운전하듯 교통체증처럼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나는 어느 모임에서 ‘원래는 도라지꽃밭이었는데 비가 오고 바람 불고 하더니 이름 모를 온갖 풀씨들이 날아들어 그만 잡초밭이 되어버린게 한국시단의 현상황’ 이라고 말한 적 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도 이런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내게 항변조로 대들다시피 하는 이들도 있으나 내가 한두 해 시를 서 온 시인도 아니고 해서 오히려 제대로 된 시인들이나 대학교수 시인들은 내게 찬사를 보내온다. ‘참 잘 하십니다,

시를 그렇게 확실히 검증해 가르쳐주고 등단도 누구나 공히 인정하는 확실한 데로 인도해 주는게 쉽지 않은데 잘 하십니다’라고 한다. 반면 언론인들은 내게 ‘누가 옳은 시를 쓰거나 엉터리 시를 쓰거나 등이나 두드려주며 다 좋다좋다 하며 칭찬해 주셔요. 이제 대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젊잖게 포용하며 사셔요’ 이렇게 타이르기도 한다.

내 성격이 모가 나서 그런지, TV 사극드라마 <태조 왕건-제국의 아침>에 등장하는 태사내의령 서필 재상처럼 분명한 것을 좋아해 그런지 아닌 것은 나의 일이나 남의 일이나 내 눈에 보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음이 다정도 병인지 모르겠다만. 전국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단체에도 우후죽순처럼 문화강좌도 어지러울 정도로 참 많은데 아무나 강사이고 아무나 시를 가르치고 마구잡이로 시인배출도 시킨다고 한다. 시인등단이란 한두 해가 아니라 일류대학 재수 거듭하듯 많이 낙선도 해 가면서 수십 년 갈고닦아 내공도 키우며 스스로 해 나가는게 원칙인데 말이다. 좋은 세상 맞았음인지 집에서 밥이나 빨래 하다가 문밖을 나온 주부들이 대부분인데, 40년 가까이 한국문단 활동을 남못지 않게 해오며 시창전문강좌를 통해 25년 넘게 제대로 인정받는 시인 배출해 온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내 앞에서 시인이라 하는 이들이 참 많은데, 어디로 등단했으냐고 물으니 나도 모르는 곳인데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등단이라면 어떤 지면인가라는 것도 중요하고 시를 뽑은 심사위원도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평가가 되고 신뢰가 되는 일인데 듣도 보도 못한게 태반이다. 향기로운 도라지꽃밭에 어떤 잡풀의 풀씨가 마구 날아들어 그 도라지 꽃밭을 왼통 잡초밭으로 만들어버린 것 다름 없으니 말이다.

제대로 된 문하에서 시공부를 하면 부모 슬하에 자라듯 시쓰기 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학습하게 되며 잘못된 부분을 가르치는 선생이 자유로이 지적해 줄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그냥 사회적인 관계일 땐 시작품의 면면을 함부로 지적해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적해주었다가는 자칫 인격모독이니 하며 항의를 받을 수 있다. 시에 대한 타성이 배제되어야 하는 데도 그게 옳은 줄 알고 계속 나아가다 보면 타성은 고쳐지지 않고 시다운 시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된다는 것이다. 채찍이 스승이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왜 시공부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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